
프로축구 울산 HD가 포항 스틸러스와 1-1로 맞선 후반 48분.
울산 골키퍼 조현우(34·울산)는 상대의 페널티킥(PK)을 앞두고 벤치로 달려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조준호 골키퍼 코치의 짧은 조언을 들은 조현우는 포항의 키커 주닝요의 슈팅 방향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손쉽게 막아냈다.
족집게 코칭을 의심할 만한 장면이었다. 조현우도 환한 미소로 인정했다.
조현우는 5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12라운드 포항과 홈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취재진과 만나 “평소 코치님이 PK 영상을 보내주시기에 파악은 하고 있었다”면서 “PK를 차기 전에는 한 번 더 이야기를 하기로 약속을 했기에 달려 갔다. 조 코치님이 정확히 (어느 쪽으로 상대가 찰 것인지) 알려주셨고, 그 방향을 믿고 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주닝요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시간을 좀 많이 끌었다. 그 사이에 내가 잘 막아내면 팬들이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실 것이라 상상했다”고 덧붙였다.
조현우는 자신의 선방쇼를 조 코치의 힘이라 말했지만, 실제 막아낸 것은 엄연히 그의 실력이다. 적장인 박태하 포항 감독은 “GK 코치의 조언도 있었겠지만 막아냈다는 게 좋은 선수라는 증거다. 너무 좋은 골키퍼가 상대팀에 있어 승리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한탄했을 정도다.
조현우는 “박태하 감독님이 너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사실 K리그의 다른 골키퍼들도 훌륭한 선방 능력을 갖고 있다. 팬들도 더 기대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다만 조현우는 울산은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하는 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선두 대전 하나시티즌과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진 것이 아쉬운 눈치다.
조현우는 “지금은 1위(대전)와 승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울산이라면 더 위에 있어야 하는 팀이다. 이 부분이 아쉽지만 우리 선수들의 능력을 믿는다. 라카바는 여름에 몸이 더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팬들이 조금 지켜봐주신다면 반드시 올라갈 테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