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몰고 온 '러닝' 열풍과 부정적인 시선

2024-11-02

[디지털포스트(PC사랑)=나스] 9월까지 이어졌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며 이제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청량한 가을에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야외 축제 등 행사가 열리는 시기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러너에게는 가을의 온도와 습도가 이상적인 달리기 환경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주요 가을 대형 마라톤 대회도 10월부터 11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열린다. 10월 19일 경주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10월 27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이 개최되었으며, 11월 3일에는 JTBC서울마라톤이 개최될 예정이다.

달리기의 계절 가을, 젊은 세대의 러닝 붐

그동안 ‘마라톤’이나 ‘러닝’ 은 젊은 인구가 주로 하기보다는 40~50대 장년이 주로 즐기는 스포츠였다. 이는 몇 시간이나 달리는 장거리 운동이 젊은 층에게는 지루한 운동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 참여한 러너 2만 126명 중 40대에서 50대 참석자는 1만 4375명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했으며, 2030세대 참석자는 5,235명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 펜데믹 이후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새로운 형식의 ‘러닝 크루(Running Crew)’가 활성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달리기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10월 개최된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참석자 2만 707명 중 20~30대 참석자는 1만 307명으로 전체의 50%에 달할 정도로 젊은 층의 러닝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러닝 크루 문화

러닝 크루’는 특별한 목적 없이 달리기를 즐기기 위한 모임으로, 기존의 ‘달리기 동호회’ 나 ‘마라톤 클럽’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전에도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동호회에 모이기는 했지만, '러닝 크루'는 주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기존 동호회와는 차이가 있다.

기존 동호회는 오프라인 모임과 회원 간의 인간관계에 기반하여 활동했기 때문에 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정기 행사나 훈련 등에 빠지면 안 된다는 부담이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러닝 크루는 주로 온라인 단체 채팅방을 통해 운영되며, 개인이 원하는 일정에 가볍게 참여할 수 있어 기존 동호회와는 다른 매력을 제공한다. 물론 ‘러닝 크루’는 일정한 날짜에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으로 달리기도 하지만, 이러한 훈련은 필수 참석이 아니다. 참석 여부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각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일정이 가능할 때 참석하면 된다.

또한, 멤버들은 온라인 소통을 통해 정기 활동 외에도 ‘달리기 번개’라 불리는 즉석 모임을 열어 시간이 맞는 다른 크루원들과 가볍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유연한 방식 덕분에 행사 참여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어 누구나 달리기를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 오는 소속감 부족 문제는 SNS 문화를 통해 해결된다. 최근 증가한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폰을 통해 운동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공유하면 크루 멤버들이 ‘좋아요’, 댓글 등으로 반응하며 오프라인 못지않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소통 방식이 MZ 세대에서도 러닝 크루가 활성화된 계기가 됐다.

러닝 크루, 긍정적인 운동 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러닝 크루 문화는 젊은 층이 달리기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러닝 크루는 온라인과 SNS 중심으로 활동하기에 기록을 남기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것이 중요시된다. 단체로 달리기를 즐길 때 ‘인증샷’을 남기고 러닝 크루 SNS와 개인 SNS에 올리는 것은 이러한 문화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멋진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일부 러닝 크루가 공도에서 길을 막고, 사진을 찍어 교통 통행에 방해를 주거나, 대규모로 인도를 차지해 보행자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운동장 러닝 트랙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아 다른 러너들과 갈등을 빚는 문제도 나타난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점들은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러닝 크루를 ‘민폐 집단’으로 묘사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다양한 러닝 크루가 생기면서 일부 일탈이 있는 러닝 크루도 있겠지만, 이를 모든 러닝 크루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 나아가, ‘러닝 크루’의 열풍이 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한다. 예컨대, 신발에 따른 계급이 있다거나, 비싸지 않은 신발, 옷 등을 입은 경우에는 크루에서 마치 소외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 그렇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러닝화는 개인에 따라 선호가 갈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신발이라도 내 발에 맞지 않고, 불편하면 그것은 좋은 신발이라고 볼 수 없다. 달리기를 즐기는 러너들은 각자 자신의 발 형태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편안한 신발을 찾지 비싼 신발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각 브랜드별 최고급 레이싱화라 하더라도 30만 원 내외로, 이것이 언론에서 묘사한 대로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러닝 크루 문화를 살펴보았으면

황영조 선수의 1992년 올림픽 금메달, 이봉주 선수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및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이후 한국 마라톤은 침체기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박주영, 김영춘(현 김민준), 이명승으로 구성된 한국팀이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보도는 이들의 성과에 집중하기 보다 ‘만년 후보 선수의 반란’ 등으로 치부해 달리기 붐을 이끌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엔데믹 이후 다시 붐이 일고 있는 러닝 열풍에 대해 일부 언론은 통행에 불편을 주는 러닝크루, 과소비를 부추기는 러닝크루 등의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문제를 전체 현상처럼 다루며 폄훼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달리기는 심혈관 건강에 좋은 유산소 운동으로,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시간, 장소, 인원에 대한 제약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또한 러닝 크루를 통해 젊은이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인간관계를 넓 힐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부정적인 측면도 점차 개선될 수 있도록 언론이 따뜻하게 러닝 열풍을 조명하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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