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승부, 팬들은 납부

2025-08-12

열혈 축구 팬인 직장인 K씨(27)는 매일 밥값에서 1000원씩 아끼기로 했다. 월급 수령액은 200만원 조금 넘는데, 예상 밖의 지출이 생겼다. 새로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가입하게 된 거다. K씨는 그간 OTT인 쿠팡플레이를 유료 구독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 출전 경기를 시청했다. 이달 초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로 이적한 게 ‘화근’이었다. 쿠팡플레이로는 MLS 중계를 볼 수 없었다. 손흥민을 보기 위해 또 다른 OTT인 애플TV에 추가로 가입했다.

K씨가 MLS 중계를 보려고 애플TV에 내는 구독료는 매달 2만5500원이다. 기본 구독료는 6500원인데, MLS가 포함되면 확 비싸진다. 그렇다고 EPL을 끊을 수는 없었다. 손흥민은 떠났어도 여전히 좋아하는 외국 선수가 많다. K씨는 매달 구독료 1만6600원(스포츠패스 일반회원 기준)인 쿠팡플레이는 유지하기로 했다. K씨는 “축구 중계를 보는 데만 매달 5만원 정도 지출한다. 그래도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었다. 밥값을 좀 줄이면 그럭저럭 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스포츠라면 종목을 안 가리고 다 좋아하는 자영업자 L씨(34)도 고민스럽다. 10만원에 육박하는 OTT 월 구독료 때문이다. 다른 지출을 줄이는 차원에서 매일 아침 마시던 ‘1일 1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기할까 고민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를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좋아했던 L씨는 MLB를 중계하는 OTT 스포티비나우에 월 1만9900원(프리미엄 이용권 기준)의 이용료를 낸다. 당연히 프로야구 키움 팬인 L씨는 KBO리그를 보려고 OTT 티빙(월 1만3500원 스탠다드)도 이용한다. EPL 때문에 쿠팡플레이에도 가입해 있는 L씨의 마지막 고민이 애플TV다. L씨는 “한 달 10만원 가까운 OTT 요금 때문에 커피를 놓고 고민하게 될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몇 해 전까지도 축구나 야구의 온라인 중계는 포털 사이트를 통한 무료시청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OTT들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 무료시청은 옛말이다. 미국·유럽처럼 한국도 스포츠 경기는 유료시청이 ‘뉴노멀’이 됐다. 중계권 확보에 큰돈을 쓴 터라 OTT들의 유료화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부 OTT는 1만원 이하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지만, 이를 ‘볼 만 한 화질’로 보려면 같은 중계라도 더 높은 요금을 내야 한다. 일부 팬 사이에선 편법으로 해외 중계를 보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해외 스포츠 커뮤니티 등에는 ‘무료 중계 보는 법’ ‘불법 중계 사이트’ ‘가상사설망(VPN)으로 중계 보기’ 등의 게시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 할 전망이다. 스포츠 중계가 OTT의 ‘킬러 콘텐트’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학인 예원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학과 교수는 “스포츠 중계는 요즘 OTT 업계의 핵심 콘텐트다. 손흥민, 이정후 경기 중계 때 실시간으로 시청자가 대거 유입된다. TV로 따지면 프라임타임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OTT는 이런 콘텐트가 많을수록 광고하기도 투자받기도 용이하다”며 “스포츠 중계로 확보한 회원이 다른 콘텐트로 옮겨가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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