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탈취필터를 수입한 업체가 "흡착제는 단순한 보조 성분일 뿐 본질적으로 종이제품"이라며 낮은 관세율 적용을 주장했지만, 관세청 심사청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쟁점이 된 제품은 일본에서 수입된 특수 탈취필터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탈취필터는 공기청정기, 환기장치, 에어컨 등에 사용되며, 공기 중의 악취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제품은 종이 원지를 여러 장 겹쳐 골판지 형태로 만든 뒤 삼각형 채널이 반복되는 벌집 모양(허니컴 구조)으로 특수 가공했고, 악취 흡착 기능이 뛰어난 활성탄과 제올라이트를 표면에 도포한 상태로 수입됐다.
업체는 최초 수입신고 당시 해당 필터를 공기청정기나 기체 여과기의 단순 부품으로 판단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HSK 8421.99-9099호(기체용 여과기 부분품)'로 신고했다.
하지만 세관의 정밀 분석 결과 이 제품은 단순한 종이제품이 아니라 활성탄과 제올라이트와 같은 광물성 재료가 핵심 기능을 하는 완제품으로 판단됐다. 이에 세관은 필터의 품목을 재분류하여 관세율이 더 높은 'HSK 6815.99-0000호(기타 광물성 제품)'를 적용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업체는 세관의 재분류 처분이 부당하다며 관세청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 업체 "핵심 재료는 종이…흡착제는 부차적 성분"
업체는 심사청구 과정에서 "해당 제품의 본질적 재료와 구조는 종이 펄프로 제작된 원지가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활성탄과 제올라이트 등 흡착제는 단지 제품의 성능을 보완하는 보조적인 성분일 뿐, 필터 자체의 핵심 기능은 종이 원지에서 충분히 수행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체는 "필터의 제조 공정이 일반적인 종이제품 생산 공정과 거의 동일하며, 벌집 모양의 구조 역시 종이 원지 자체가 형성하고 있다"면서 "흡착제를 제외해도 제품은 독립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는 만큼 본질적 특성은 종이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세율표상 벌집 구조는 '직사각형 시트(sheet)' 범주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업체는 "형태와 관계없이 종이류로 봐야 하며 도포된 종이류로 인정받아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HSK 4810호'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 세관 "종이 아닌 활성탄이 제품 본질적 기능 수행"
하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세관은 "쟁점 필터가 종이 원지를 사용했지만 제품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기능인 탈취와 흡착 성능은 종이가 아닌 광물성 흡착제에서 비롯된다"고 반박했다.
세관은 품목분류 원칙을 근거로 들었다. 세관은 "관세율표 해석에 관한 통칙상 물품의 품목분류는 본질적인 특성과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재료를 중심으로 결정한다"며 "해당 필터는 종이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활성탄과 제올라이트 등 광물성 재료의 비중이 높아 이를 종이 제품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흡착제를 도포하지 않은 종이 필터만으로는 이 제품이 가지는 고유의 탈취 및 흡착 기능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과 독일에서도 유사한 활성탄 기반 필터는 광물성 제품으로 분류된다고 덧붙였다.
◆ 관세청 "세관의 재분류 처분 적법…광물성 완제품 분류 타당"
관세청은 심사청구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을 심리한 결과, 최초 수입신고 이후 세관이 필터의 품목번호를 '광물성 완제품'으로 재분류한 처분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관세청은 결정문에서 "세관이 적용한 관세율표 해석 통칙에 따라 해당 필터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재료는 활성탄과 제올라이트 같은 광물성 성분이라는 점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쟁점 제품은 종이 원지 자체만으로는 독자적인 흡착 및 탈취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필터의 주요 기능은 전적으로 흡착제에 의해 이뤄진다"면서 "이는 제품의 본질적 특성이 종이가 아닌 광물성 재료에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관세청은 국내외 품목분류위원회에서도 유사한 필터 제품을 일관되게 광물성 제품으로 판단한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관세청은 이 같은 이유로 세관이 최초 결정한 필터의 품목 재분류 및 추가 관세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참고 심판례: 관세청-적부심사-2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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