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지난달에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지역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한 후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급격히 오른 호가에 매수세가 사라지고 매수 희망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급기야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막히면서 고공 행진하던 강남 지역 집값 상승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그런데도 각종 온라인 중개 플랫폼에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혼란스럽다. 자금 융통이 급한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도 호가를 조정하면 집값만 떨어질 뿐 거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중개 플랫폼에 나온 동일 주택형의 최저 매도 호가가 41억 원이지만 38억 원에 가능하다”며 매도 호가의 이중성을 전했다.
개포동 아파트 소유주들은 한술 더 떠 가격 담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소유주들끼리 모여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어 가격 담합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소유주는 그 순간 공공의 적이 되고 개인 신상 정보가 유출되기도 한다”며 “중개업소도 가격을 낮춰 급매물 거래하는 곳으로 한번 낙인찍히면 너도나도 매물을 거두고 발길을 돌려 거래가 뚝 끊긴다”고 털어놓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담합이 시장을 교란하고 시세를 교란해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이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들은 가격 담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소유주를 설득하며 시장 자정작용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신고되지 않은 최고가 거래 공유 금지와 가격 담합 금지에 나선 상황이다. 자신의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시장의 왜곡을 초래해 결국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