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의 재발견’ 2년 단위 부동산 계약을 단기임대로 쪼갠 스페이스브이 박형준 대표

2025-04-29

“물은 필요한 만큼만, 전기도 사용한 만큼만 내는데, 왜 집은 꼭 2년을 통째로 계약해야 할까요.”

박형준 대표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단기임대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하며 했던 생각이다.

한 달간의 출장, 몇 주간의 프로젝트, 한 학기 인턴십, 이사 기간이 맞지 않아 임시로 머물 공간이 필요할 때, 집 인테리어 공사로 2~3주간 지낼 곳이 필요할 때. 이런 상황에서 적당한 주거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호텔은 비싸고, 고시원은 불편하며, 전세나 연간 계약은 부담스럽다. 단기로 집을 빌리려 해도 강남이나 이태원 같은 일부 지역 외에는 공급이 거의 없다. 부동산 중개사들도 짧은 계약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한 채 살아왔다.

“단기임대는 강남이나 이태원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거래되고 있던 영역이었어요. 지방에서 중개업을 하다 보니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어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문제를 발견했죠.”

스페이스브이에서 만난 박형준 대표는 대화 내내 손으로 공간을 그리듯 제스처를 취하며 말을 이어갔다. 단기임대 중개 플랫폼 ‘삼삼엠투(33㎡)’를 운영하는 그는 13년간의 부동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주거 시장을 혁신하고 있다.

삼삼엠투의 등장으로 단기 주거 시장은 크게 변했다. 사람들은 앱으로 간편하게 원하는 기간만큼 집을 계약한다. 거래액과 관계없이 보증금은 33만원으로 책정되었으며 보증금을 플랫폼에서 관리하고 있다가 문제없이 퇴거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돌려주고 있어 안전하다. 계약과정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복잡함은 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젊은 1인 가구와 잦은 이동이 필요한 직장인에게 환영받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의 경험에서 탄생한 시장 발견

“강남에서 중개업을 시작했을 때는 단기임대가 특별한 거래 형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원, 평택, 세종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며 일하다 보니 단기임대 계약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명확했죠.”

회의실의 모니터를 가리키며 박형준 대표는 시장 불균형을 설명했다. 삼삼엠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계약 시스템과 33만원으로 통일된 보증금 제도를 도입했다. 단기임대의 특성상 급하게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품을 팔아 집을 찾는 것은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지역의 집을 구할 경우 어려움이 컸다.

단기임대가 바꾸는 주거 환경

“단기임대에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잦은 계약으로 인한 불편함이 단기임대로 얻는 추가 수익보다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었어요. 임대인의 피로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박형준 대표는 삼삼엠투의 성장 그래프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거래액이 2023년 260억원에서 2024년 840억원으로 3.2배 이상 증가했다. 계약 건수는 7만 건으로 늘었다.

“성장의 비결은 지속적인 개선입니다. 하나의 큰 이벤트보다 현재 일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방향이 고객 가치 증대로 향하게 하는 것이죠.”

위기도 있었다. 서비스 출시 직후 코로나 사태로 도시, 국가간 이동이 막히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사업을 그만둘까 고민한 순간도 있었다.

“위기의 순간들이 지금의 성장을 위한 전환점이 됐어요. 코로나가 끝나면서 오히려 더 큰 기회를 맞게 됐죠.”

단기임대, 청년 1인 가구의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삼삼엠투의 또 다른 강점은 높은 계약 성사율이다. 평균적으로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2.2명 중 1명이 계약을 체결한다는 통계는 시장에서 매우 높은 수치다.

“계약 성사의 핵심은 정보의 투명성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이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불완전성과 비대칭성이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최대한 자세하고 솔직한 방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박형준 대표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매물 정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33만원이라는 적은 보증금은 임대인에게 불안 요소였다. 물건 파손이나 관리비 미납 등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이스브이는 2024년 국내 최초로 ‘삼삼케어’라는 임차인 배상책임 보험을 도입했다.

“제 첫 직장이 보험회사였던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어요. 삼삼케어를 통해 임대인은 파손 손해, 화재 손해, 특수청소 손해 등을 보장받게 됐습니다.”

회의실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빽빽한 아파트 숲을 바라보며 박형준 대표는 단기임대 시장의 미래를 그려보였다.

“1인 청년 가구는 오랫동안 한 집에 살지 않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오래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집보다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기간만큼의 집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직업과 직장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단기임대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시간이 한 시간을 넘어가자, 박형준 대표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단기임대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꿨다.

“단기 주택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집을 계약하지 못했던 것 자체가 사회적 손해입니다. 그들은 더 비싼 호텔이나 쾌적하지 않은 모텔, 고시원에 장기간 거주해야 했죠.”

박형준 대표는 지방 도시의 빈집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빈집을 수리하고 단기 임대 주택으로 활용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도시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분들이 시간을 두고 원하는 지역에서 살아보면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숙려기간을 제공한다면, 단기임대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며 박형준 대표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필요할 때만 트는 수도꼭지처럼, 집도 필요한 기간만큼만 열쇠를 빌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집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던진 질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과 전기는 사용한 만큼만 내는데, 왜 집은 2년을 통째로 계약해야 하느냐는 단순한 질문. 박형준 대표와 삼삼엠투는 답을 찾는 중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