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심모씨(39)는 5년 전 성인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증상은 전 직장에서 이유 없는 따돌림을 당하면서 나타났다.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심씨는 결국 퇴사했다. 퇴사 후에도 계속 분노가 치밀어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심씨는 상담사로부터 “식물을 길러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듣고 3년 전 집 안에 화분을 들였다. 그의 집에는 선인장을 비롯해 10여종의 식물이 있다. 심씨는 “아직은 기르기 까다로운 식물은 자신이 없다”면서도 “집 안에서만 기르는데도 매일 쑥쑥 크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심씨의 경우처럼 꽃과 나무 등 식물이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립수목원이 2022년 발표한 ‘우리가 몰랐던 정원의 숨은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정원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고 혈압을 낮추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려한 꽃과 나무가 식재된 정원이 아닌 자투리 공간에 작게 조성된 정원이나 아파트 단지 내 조경공간도 사람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국립수목원 연구진이 성인 남녀 각 11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정원을 감상했을 때 참가자들의 불안 수준은 31.3% 감소했다.
수축기 혈압도 정원을 감상했을 때 평균 134.4㎜Hg(수은주밀리미터)에서 120.3㎜Hg로 5.1㎜Hg 낮아졌다. 1주일에 한 번 이상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 노출 빈도가 60% 낮아졌으며, 특히 주거공간과 가까운 곳에 정원이 조성돼 있으면 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잘 꾸며진 정원이 아닌 아파트 단지 곳곳에 조성된 조경도 심리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연구진이 아파트 저층·중층·고층 거주민을 대상으로 층별 조망 차이에 따른 심리·생리반응을 비교한 결과 아파트 내에서 조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표가 2.5배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아파트 안팎에 정원을 만들어 가꾸기만 해도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집에 개인 정원을 보유한 사람의 스트레스 수준은 정원이 없는 사람보다 73.6% 낮았다.
국립수목원은 “인간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정원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원이 일상생활과 가까운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