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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걀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은 부랴부랴 달걀값 상승의 원인인 조류 인플루엔자(AI) 대응에 나서는 한편 조 바이든 직전 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과 함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내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과 롤린스 장관이 정부 내 최고 과학자들은 물론 미국 및 전 세계 전문가들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셋 위원장은 달걀 등 장바구니 물가 문제의 화살을 바이든 행정부에 돌렸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난 3개월간 달걀을 포함한 모든 상품에서 평균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은 4.6%로 목표를 훨씬 넘어섰고,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말에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살처분 중심의 대응만 했다고 비판했다. 해셋 위원장은 "바이든의 계획은 닭들을 그냥 살처분하는 것이었고 그들은 병든 닭을 발견한 지점 주변에서 그냥 무작위로 닭들을 살처분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물보안’(biosecurity) 조치와 약물 등을 통해 닭을 살처분하지 않도록 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바이든 정부 시절인) 1년 전에 일어났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해셋 위원장은 "만약 그랬다면 계란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2022년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발한 이후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억 48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달걀 공급처 상황에 따라 일반 식료품 매장에서 달걀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12일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달걀 가격은 전달보다 15.2%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3%나 오른 것이다. 폭스뉴스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집계를 인용해 12개들이 A등급 대란의 평균 가격은 5달러(약 7200원)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이 미국 내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달걀 등 식탁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도움이 됐던 인플레이션이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