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 논설실장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 스스로 살기를 도모하라’는 뜻이다.
어떤 공동체나 집단 등이 개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으니 스스로 알아서 제 살길을 찾으라는 의미다. 물론 국가가 전쟁이나 대기근 등으로 극심한 환란에 처해 백성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할 때도 이 말이 쓰인다.
▲각자도생은 중국에서 전래된 고사성어가 아니라 조선시대 당시 국운이 위기에 처했을 때 등장한 사자성어다. ‘조선왕조실록’ 선조 27년 9월 6일자에 이 말이 나온다.
실록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평양의 싸움에서 패한 뒤에 왜적은 분한 김에 도성의 백성을 다 죽이고서 물러갔는데 이제 또한 이런 일이 필시 있을 것이다. 동래·부산·김해·웅천의 백성들도 장차 살육의 재난에 걸릴 것이니 미리 알려줘서 각자 살길을 도모함에 힘쓰길…(후략).’
이 말은 선조의 명령으로 ‘왜적들이 평양성 전투에서 패한 후 분풀이로 백성들을 다 죽이고 다니니 각자 살길을 알아서 도모하라’는 뜻이다.
임진왜란으로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에 촛불 신세고, 국난으로 백성들의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임금의 신세가 얼마나 처량한지 짐작할 수 있다.
▲위의 각자도생이 백성들에 대한 임금의 지시라면 자신이 모셨던 군주를 버리고 제 살길을 찾으려는 이들도 있다.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구속된 후 내란 특검팀과 채상병 특검팀,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3대 특검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른바 ‘찐윤(진짜 친윤)’들이 하나둘씩 윤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내란 특검팀에 체포방해와 관련, “윤 전 대통령이 총을 가진 걸 보여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채상병 특검의 ‘VIP 격노설’ 수사와 관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시인했고,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단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윤상현 국회의원은 김건희 특검 공천 개입 수사에서 “대통령 전화를 받은 적 없다”고 했던 말을 바꿔 ‘전화를 받았으나 공천관리위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하는 권력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권력무상(勸力無常)을 실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