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31일 공직사회의 행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신임 장·차관들에게 적극 행정을 주문하면서 “직권남용죄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돈을 받아먹었다든지, 권력을 폭력적으로 남용해 질서를 어지럽혔다면 모르겠지만, 정상적 행정에 형사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용의 기준이 뭐냐. 부하가 안 하고 싶었는데 하면 남용이고, 흔쾌히 하고 싶어서 했으면 무죄냐. 이게 말이 되냐”며 “불안해서 지시를 어떻게 하느냐. 이 직권남용죄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또는 관행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되겠다”고 했다.
또 “요즘은 기록과 녹음이 상식이 됐다. 공문으로 시키는 게 아니고 전화하면 녹음하고, 아니면 비망록 쓰는 게 유행이라고 그러더라. 이렇게 해서 무슨 행정을 하겠느냐”며 직권남용을 두려워하게 된 공직사회의 세태를 개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정책감사가 악용되기 시작했다”면서 “어떤 정책이 아주 큰 효과를 냈는데도 시간이 지나서 나중에 보니까 이것보다 더 좋은 정책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했냐. 너 배임죄야. 손실을 입혔다며 사후적으로 평가해서 책임을 물으면 인간에게 신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법에서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재량권 안에서 정말 명백히 증명되는 고의로 그랬다면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로 나중에 보니까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것을 사후적으로 평가해서 책임을 묻고 징계하고, 직무 감찰하고, 심지어 수사 의뢰해서 재판받으러 다닌다면 어떻게 일을 하냐”면서 “정책감사도 악용의 소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폐지하는게 맞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의 강연은 ‘국민주권 정부 국정운영 방향과 고위공직자의 자세’란 주제로 약 1시간 6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애쓴 장관들과 부처 공무원들을 격려하며 “어려움 속에서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협상에 영향을 줄까봐 그동안 말을 아꼈지만 이빨이 흔들렸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부담이고 결정 하나하나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그동안 전략적으로 침묵해온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공직자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우리가 쓰는 예산도 국민이 낸 세금이다. 공무원들의 사고를 채워주는 건 국민의 뜻이자 의지여야 한다”면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참 좋은 대통령이긴 한데 아주 악질적 상사일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들도 꽤 많이 듣고 있다. 여러분도 국민에게는 칭찬받되 부하들에게는 원망을 듣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기지사 시절 승진 대상자들의 주변 동료들에게 점수를 받아 본 일화를 소개하며 “중앙정부 인사에도 이런 걸 한번 도입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5년 간의 포부와 관련해선 “제가 공적 활동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갔을 때 온 동네 사람들이 반가워서 함께 세월을 보낼 수 있다면 그처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지금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퇴임하는 그 순간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숍에는 이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포함해 중앙부처 장·차관 및 실장급 이상 공직자,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 등 약 28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