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AI 전쟁 올인…"韓 기본법 애매, 진흥 위주 후속조치 필요"

2025-02-18

미·중 주도 AI 기술 패권 전쟁 본격화

유럽연합, 규제서 진흥으로 노선 변경

韓 AI 기본법, 규제 조항 포함…입지 애매

"진흥 위주 하위법령 및 가이드라인 필요"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에 중국과 유럽연합(EU)도 뛰어들며 그 양상이 격화하고 있다. 자칫하면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AI 기본법의 하위 법령이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춰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특히 기본법 내 대표적 규제 조항인 '고영향 AI'를 두고 시행령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바람직한 AI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전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애매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관련 정책의 묘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AI 기본법은 모법으로서 큰 틀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규율은 시행령과 행정규칙에 위임한 사례가 다수"라며 "시행령을 통해 고영향 AI 판단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규제 범위가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EU 다음인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만들었다. 본래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제정 논의가 시작됐으나,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치며 결국 규제가 포함된 법안으로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이에 더해 EU도 최근 노선을 규제가 아닌 진흥으로 틀면서 국내 AI 기본법의 입지가 더욱 애매해졌다. 이 때문에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하위법령과 가이드라인 마련 등 후속조치를 상반기 내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기본법 내 고영향 AI에 관한 조항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AI 기본법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AI를 고영향 AI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개발한 사업자는 모델의 투명성을 입증하는 등 높은 수준의 책임을 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고영향 AI의 기준이 애매할뿐만 아니라 이 조항이 기술 개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교수는 "향후 정부가 어떤 하위 규정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자사 AI가 고영향으로 분류될지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사전에 준비하기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 기본법이 기존 분야별 규제와 중첩되는 문제도 법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역할"이라며 "중복 규제 영역에서는 어느 법을 우선 적용할지 불분명해 기업이 혼란을 겪거나 이중으로 규제 부담을 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도 "학습에 사용된 연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고영향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고성능과 고영향이 서로 얽혀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정량적인 지표를 적용하는 것이 맞냐는 의문도 있다"며 "우리 법에서도 정량적인 부분은 하위 법령에서 정한다고 했는데 이때 고영향과 '하이리스크'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구태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데이터 접근성 확대, 투자 지원, AI 규제 샌드박스 등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전반적으로 규제를 강하게 하는 게 기술 경쟁 레이스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프랑스 미스트랄이 기술력이 부족해서 미국에 뒤처진 게 아니고 학습 데이터가 사실상 미국에서 만들어주는 데이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당국은 AI 기본법은 분명 규제가 아닌 진흥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빠른 시일 내로 하위 법령 및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해 업계와 학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국장은 "시행령에 못 담은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기 위해 100여 명 정도가 달려들어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며 "법률 및 기술 전문가가 초안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빠르게 공개해 시민단체나 국회에서 토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법은 진흥에 분명 방점을 두고 있다"며 "외국에는 없는 규제를 한국에서 시행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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