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005930)가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인공지능(AI) 역점 정책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정예팀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이후 국내 선도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우수 인력을 확보해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기술인 피지컬 AI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이어 삼성전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 AI 상용화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소버린 AI 구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국내 학계에 컨소시엄 동참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AI연구원 소속 한 교수는 “각 교수별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업들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AI 공동 연구를 해온 삼성전자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의 한 교수는 “비밀리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하려는 AI 모델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로봇 석학인 오준호 KAIST 명예교수가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지난해 말 인수하고 오 교수를 미래로봇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RFM을 포함한 피지컬 AI는 언어 데이터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넘어 인간의 시각·언어·행동을 모두 따라할 수 있는 보다 고도화된 AI 모델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로봇판 소버린 AI 상용화에 나선 것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기술 분야에선 LLM 시장 내 챗GPT처럼 확고한 1위가 없지만 테슬라나 엔비디아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슬라는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대부분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5000대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로봇·자율주행용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원가경쟁력에서 앞선 중국 또한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로봇 업계에선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휴머노이드 수요가 큰 생산 시설에서 각종 작업자 업무를 대체하는 로봇이 첨단 제품 제조 공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해외 휴머노이드 로봇을 수입할 경우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면서 제조업과 IT 분야를 아우르는 소버린 AI 실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 구현을 목표로 최대 5개 정예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LG ‘엑사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KT ‘믿음’, SK텔레콤 ‘에이닷 엑스’ 등 자체 개발 중인 AI 모델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AI 업계에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과 대학이 ‘윈윈’하는 사업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예팀에 선정되면 해당 기업은 컨소시엄에 동참한 대학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AI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AIST와 서울대의 경우 국제적인 AI 연구 수준으로도 선두권인 만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도 AI 연구에 필요한 다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받을 수 있어 정예팀 선정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학계에서는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GPU 조달에 애로를 겪어 AI 연구가 중단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