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회]이재명 정부, 'AI 선도병원' 지정 시급…디지털혁신 마중물 절실

2025-07-13

이재명 정부가 '글로벌 인공지능(AI) 강국'을 국정 핵심 아젠다로 선정하면서 대한민국에 'AI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모든 산업이 AI전환(AX)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보건의료 영역도 대응에 분주하다. 그럼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의료 데이터를 둘러싼 각종 규제와 의정갈등에 따른 병원 경영 악화로 디지털혁신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초고령, 지역·필수의료 붕괴, 지방소멸 등 당면한 과제가 대한민국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의 디지털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AI 도입은 병원 생존과 직결될 만큼 중요해진 상황에서 정부와 병원, 기업이 뭉쳐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AI 선도병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병원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정보책임자(CIO)로부터 우리나라 보건의료 혁신 방안을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

△권정택 중앙대학교병원장

△김대진 가톨릭중앙의료원 정보융합진흥원장

△김동욱 한국산업보건연구재단 디지털의료원장

△김용석 건양대학교병원 의료정보원장

△김지혜 HIMSS코리아 대표

△박홍석 고려대학교의료원 의학지능정보본부장

△사회=정용철 전자신문 디지털헬스케어부 차장

◇사회(정용철 전자신문 디지털헬스케어부 차장)=최근 병원 전 영역에 걸쳐 디지털전환이 화두다. 이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권정택 중앙대학교병원장=의료IT 서비스는 단순히 원무, 진료, 진료지원, 일방행정 등으로 구분할 수 없으며, 모두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IT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보다 나은 의료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디지털전환, AI전환 등이 필수다.

◇김지혜 HIMSS코리아 대표=이제 IT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다. 과연 IT 투자만 해서 성공적인 디지털전환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최근 강조되는 '환자 경험'을 높이기 위해선 인프라 투자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무형의 자산이 연결돼야 한다. 즉 특정 요소를 위한 IT 투자가 아니라 병원 경영지표 개선, 환자의 서비스 고도화 등을 목표로 한 전반적인 IT 투자가 디지털전환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사회=우리나라 병원의 디지털전환 수준은 어떤가.

◇김대진 가톨릭중앙의료원 정보융합진흥원장=대형병원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도 HIMSS의 디지털 척도에 따라 평가를 실시했는데 모두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 평가는 인증을 받거나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사전에 평가 요소에 맞춘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평가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박홍석 고려대의료원 의학지능정보본부장=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의무기록(EMR), 전자건강기록(EH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보급률을 자랑하며 디지털전환 토대를 마련했다. 여기에 모바일 EMR 등 의료 시스템의 모바일 시대를 주도했고, 이제는 AI 전환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전국민 단일 국가건강보험제도는 의료 데이터 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데이터를 모으는 것과 활용의 문제는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병원은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전환 역량을 갖고 있으며 잠재력도 높다.

◇김동욱 한국산업보건연구재단 디지털의료원장=우리나라 병원은 빠른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EMR, EHR 등 전산 시스템 개발과 구축도 빠른 시간에 일궈냈다. 마찬가지로 AI에 대한 관심과 도입 역시 글로벌과 비교했을 때 민첩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용어 등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병원이나 기업 등과 겨루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HIMSS 등 글로벌 기관과 협업해 디지털전환 모델을 만들고 이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우리나라 병원이 가진 디지털혁신 경쟁력은 무엇인가.

◇김용석 건양대학교병원 의료정보원장=많은 병원이 과거 전산실 환경부터 이제는 빅데이터, 디지털전환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의료IT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의사뿐 아니라 기업도 의료AI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기술을 확보하는 중이다. 이 같은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 우리나라도 의료 AI 영역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서 헬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서는 등 더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더라도 핵심 데이터는 미국에서 사오는데, 우리나라도 데이터셋을 확보해야 한다.

◇김대진=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다. 이는 의료AI를 포함해 디지털혁신을 가져갈 핵심 동인이 된다. 최근 글로벌 헬스 AI 콘퍼런스에 가보면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의료기관에서 헬스 분야에 파운데이션 모델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게 많은 파운데이션 모델이 백인 데이터를 주요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델은 아시아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인 데이터 자산을 활용해 의료 관련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방향으로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등 범위를 확장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을 장악할 경우 우리나라가 만든 AI로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시대도 올 것이다.

◇김동욱=의료IT도 결국은 의료 서비스에 기반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로 원정 진료를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의료 수준을 좀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IT다. 특히 외국인 환자 진료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IT는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K팝과 같은 콘텐츠처럼 K의료도 IT를 입어 더더욱 세계화가 될 것이다.

◇사회=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디지털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도 많다. 걸림돌은 무엇인가.

◇권정택=비용과 시간이 문제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진료 수익 창출과 별개로 많은 시간과 의료진 그리고 전문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디지털전환이 어렵다. 현재 의정사태를 비롯한 낮은 수가의 진료 수익 체계로는 빠른 디지털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여기에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다. 임상과 IT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귀하다. 의정사태로 어려움이 크지만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AI 과정을 추가하는 등 꾸준한 '의료데이터 전문 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

◇김용석=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강력한 데이터 규제가 디지털전환에 제약이 되고 있다. 생성형AI를 포함해 많은 AI 기술 업체와 협업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양한 데이터 관련 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용역회사의 법률 준수 사항까지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만약 생성형AI 기술 중 챗GPT를 활용할 경우 개발사인 오픈AI의 개인정보보호 준수 여부까지 우리가 관할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세밀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박홍석=데이터 소유권 이슈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의약품투약 관련 정보는 안전한 사용을 위한 기본정보지만 개인정보로 분류돼 본인 동의를 받아야 확인이 가능하다. 개인 의약품 처방, 투약 관련 정보는 주인이 병원인지 개인인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이 같은 정보도 의료 서비스 질 향상과 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개인정보 범주에 놓는 게 맞는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데이터 보호를 위한 정보보안 투자도 쉽지 않다. 보안이라는 것은 노력할수록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라 병원 경영진 입장에선 우선순위로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

◇사회=이재명 정부는 AI 강국 도약을 위해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보건 의료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지원은 무엇인가.

◇김대진=국가 차원에서 'AI 퍼스트 병원(AI 선도병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진료과 혹은 일부 행정 업무에 AI를 간헐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전체 병원 차원에서 AI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혁신을 이룰지 비전이 부족하고, 시나리오도 불분명하다. 정부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처럼 AI 선도병원을 지정해 분야별 AI 적용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실증까지 지원한다면 다른 병원에 의미 있는 레퍼런스를 제공할 수 있다.

◇김동욱=현재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조에선 AI뿐 아니라 정보보안에도 민첩한 대응이 어렵다. 결국은 클라우드 전환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에선 쉽지 않다. 대형병원들은 보안 등을 이유로 온프레미스 방식의 HIS 구축을 고수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건의료 분야 클라우드 솔루션 시장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이 가진 클라우드에 대한 두려움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용석=시장에는 다양한 의료AI 솔루션이 출시돼 있다. 병원도 이 같은 솔루션을 도입해 디지털전환을 하고 싶지만 대부분 수가가 없거나 턱 없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과를 비롯해 일부 진료과에서 AI 진단보조 시스템을 활용해 빠른 시간에 많은 영상을 판독하려 하지만 수가가 없다보니 순전히 병원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의정사태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AI 시스템을 더 활용하고 싶지만 비용 지원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기존 인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의료AI 솔루션에 대한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사회=지역·필수의료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혁신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권정택=최근 병리과에서도 디지털 패솔로지(병리학) 솔루션 도입이 활발하다.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지방에 있는 병원은 도입이 쉽지 않다. 이 문제를 디지털을 통해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방병원이 디지털 패솔로지 솔루션을 보유한 병원에 분석을 요청하고, 대형병원은 클라우드 방식으로 데이터 저장 없이 분석 결과만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김용석=현재 건양대병원은 카카오헬스케어 등과 초거대AI를 활용해 소아 처방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지방에 있는 소규모 병원도 초거대AI 솔루션을 활용해 대학병원에서 처방하는 것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결국 AI는 대형병원의 의료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지방병원에겐 서비스 평준화를 지원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김대진=AI를 활용할 경우 진료비 절감과 함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공정성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환자까지도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환경을 열어주는 것이 AI다. 앞서 언급한 'AI 선도병원'을 구축하고, 이를 지역에 있는 소규모 의료기관과 연계해 시스템을 전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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