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매각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의 가치를 부풀려 매수하게 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는 상장회사 A사의 대표 백모씨와 기업인수합병(M&A) 브로커 김모씨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다른 브로커와 회사 임원 등 공범 6명은 같은 혐의로, 공인회계사 2명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2년 12월 자본잠식 상태인 C사의 가치를 부풀려서 A사가 그 주식을 사들이게 하는 식으로 A사에 18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A사가 관리종목 편입 위기에 처하는 등 경영권 매각 추진이 원활하지 않자 M&A 브로커들을 통해 경영권을 양수할 사람을 물색했다. 브로커들은 B사의 대표와 함께 A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자 했으나 B사 역시 경영난으로 인수자금을 충당할 수 없었다.
그러자 이들은 B사의 자회사인 C사의 가치를 부풀려 C사의 주식 인수대금으로 A사의 전환사채를 받아 현금화한 후 경영권 양수대금 등을 지급하기로 계획했다. 검찰은 백씨가 전환사채가 현금화되면 자신의 경영권 매각대금으로 지급될 것을 알면서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C사는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22억원에 달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백씨와 브로커 등은 공인회계사들을 매수해 C사가 비상장회사인 점을 이용해 회사 가치가 약 316억원인 것처럼 부풀려 감정하도록 했다. 이후 주식 양수대금 명목으로 A사에서 발행한 18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C사에 양도했다. 이들은 이 전환사채를 현금화한 뒤에 나눠 가졌다. 결국 A사는 현재 상장폐지 심사 중이다. 지난 3월엔 회생절차까지 개시됐다.
앞서 A사에 투자해 피해를 본 200여명의 소액주주들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A사에 투자한 수많은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향후에도 경영권 남용 등으로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