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제휴를 맺었다며 해외 프로젝트들에 마켓메이킹(MM) 서비스를 홍보해온 업체가 실제로는 이들 거래소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거래량이 상당한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과대 홍보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B(StudioB)’라는 기업은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대신 MM을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프로젝트 몇 곳에서 이 기업의 실체에 대한 평판 조회를 해왔다”면서 “국내 규제 환경에서 MM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의심스러운데, 이런 업체가 물을 흐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스튜디오B 홈페이지에는 지난 13일 기준 업비트와 빗썸, 고팍스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파트너’로 게재돼 있었다. 이밖에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쿠코인, 바이비트, 크립토닷컴 등 해외 굵직한 거래소들도 스튜디오B의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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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국내 주요 거래소들과의 협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비트 관계자는 “파트너십을 맺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해당 기업과 미팅조차 한 적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실질적 협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공식 홈페이지에 로고를 올리고, 사람들을 현혹한 셈이다. 국내 3개 거래소 모두 로고를 무단 사용한 점에 대해 추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필립 한 스튜디오B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거래소와 개발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으며 세부사항은 ‘기밀’”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웹사이트 표현을 ‘파트너십’에서 ‘통합됨’으로 변경할 것”이라며 “다음 달 내 한 거래소에 자사 로고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시세조종을 엄격히 금지하면서 MM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MM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호가창에 매수·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행위다. 일부 국가에서는 허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시세조종 우려로 사실상 금지돼 있다.
한편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3일까지 스튜디오B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던 주요 거래소 로고들은 이날 오전 8시 40분 기준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해외 프로젝트들의 국내 진출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보다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