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말들 가운데 바로 잡아야 할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진보’니 ‘보수’니 말하는데 무슨 뜻인지 알고 쓰는가? 대개는 사전적 의미로 보수는 ‘옛 사고방식’ 진보는 ‘진취적 생각’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그래서 흔히 진보는 ‘혁신’ 보수는 ‘꼴통’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는가? 지위나 자산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 국가들은 소득재분배율이 35~45%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고소득자일수록 훨씬 더 많은 세금, 사회비용을 부담하고 그 돈으로 사회적 약자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소득재분배율이 10% 미만이란다.
유럽 국가 국회의원들은 관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비서관도 1~2명에 불과해 서류를 자신들이 직접 작성한다. 그들은 품격과 검소함과 배려를 리더십의 기본으로 꼽는다. 그리고 국민들의 고른 행복을 위해 공직자부터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정치인은 개인의 성취보다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 해야 하며, 국민도 그런 정치인을 뽑을 줄 알아야 민주시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공공기관, 의원 등 세금을 쓰는 공직자들의 허례허식이 너무 많다.
정부와 수백 개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씀씀이를 실용적으로 바꾸고, 낭비 요소가 많은 공공사업 예를 들면 사람도 오지 않는 기념관, 테마파크, 축제가 전국 수백 개다. 이를 줄이는 등 정부부터 자세를 달리해야 한다. 이렇게 아낀 비용을 포함해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대폭 확대하는 데서부터 복지의 길이 열릴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년 10조 이상을 쓴다지만 대개 1~3년 기간의 지원이어서 단기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용도 중소기업 쪽의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 쓰는 게 더 가치 있는 지원이 될 것이다.
또, 너무 낮은 소득재분배율 개선을 위해 선진국들처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을 계단식으로 구분해서 고소득으로 갈수록 조세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도 중소기업 발전 기금을 더 많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간 대기업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납품 가격을 깎으려고만 했다. 큰집답게 작은집 직원들도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은 받을 수 있도록 정당한 값을 쳐주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이는 공정거래의 새로운 관행을 만드는 일이다.
이와 같은 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보수 기득권층이다. 보수 하면 흔히 변화보다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보수주의 상징과도 같은 영국 보수당은 19C 산업화 이후 빈부 격차가 심해지자 앞장서서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오두막이 행복하지 않으면 궁전이 행복할 수 없다”면서 가난하고 늙고 병든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틀을 만든 것이 보수당이다. 이쯤은 되어야 보수다.
어느 사회든 빈부차를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소득불균형을 방치한 채 국민 행복을 달성한 나라는 없다. 흔히 흙수저, 금수저 같은 말은 바로 이 불균형에 대한 목마른 외침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골고루 기회를 누리는지, 불공정한 부분은 없는지 찾아내고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나라가 좋은 나라다. 정권을 쟁취하는 것이 정치 목표라지만, 그 목적은 국민 행복 달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정치라 할 수 있다. 국민들도 선거 때면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말고 올바른 안목으로 정치가들을 잘 골라 뽑아야 한다.
안도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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