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구금에 2조원대 자산가 투신도…사라지는 中기업인들, 왜

2025-10-10

올해 들어 중국에서 기업인들이 구금되거나 투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8일 보도했다. 당초 공산당 간부나 관료, 군 장성의 부패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류즈(유치·留置)라는 구금제도가 민간기업 경영진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최근에 구금 소식이 전해진 건 군용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그레이트 마이크로웨이브 테크놀로지의 창업자인 위파신이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그의 회사는 지난달 22일 위파신이 중국의 반부패기구에 의해 전날 연행됐다고 공시했다.

류즈는 2018년에 도입된 국가감찰법에 근거한 강제 구금 제도다. 형사소송법에 따른 일반 구금 조치와 달리 법원의 승인도 필요 없고, 피의자에게는 변호인 접견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 6월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최대 구금 기간은 8개월로 늘어났다. 그러나 새로운 범죄 혐의가 제기되면 구금 기간은 초기화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심문은 사실상 무기한 반복될 수 있다”며 “감방에는 창문도 시계도 없고, 불빛은 항상 켜져 있으며, 피의자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조차 24시간 감시를 받는다”고 전했다.

상장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경영진이 구금된 사례는 39건에 이른다. 일주일마다 한명씩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실제 구금된 기업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공산당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에서도 구금 건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관료와 기업인 등을 포함한 지난해 전체 구금 건수는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어난 약 3만8000건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군 장성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운동’이 대대적으로 확대된 것이 구금 건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특정 관료가 조사받게 되면 그와 연관된 인맥이나 사업체가 연쇄적으로 검열 대상이 되고, 그 결과 기업인 구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에 연행됐다가 풀려났지만 투신에 이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조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중국 최대 가구 유통브랜드 쥐란즈자의 왕린펑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4월 류즈 조치로 수감됐다가 3개월 만에 풀려난 지난 7월 28일 투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최소 5명의 저명한 경영인이 고층 건물에서 투신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고, 그중 수면 위로 드러난 몇 건일 뿐”라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의 고액 소비제한 리스트, 이른바 신용불량 블랙리스트에 기업인이 오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원래는 소액 채무자에 대한 압박 수단이었지만 최근 경영난에 빠진 기업인들까지 대거 포함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명단에 오르면 비행기 탑승, 고속열차 이용, 고급호텔 숙박 등이 금지된다. 중국 부동산 업체인 다롄 완다그룹 창업자이자 한때 중국 최고 부호였던 왕젠린과 그의 아들 왕쓰충도 지난달 28일 블랙리스트 명단에 잠시 올랐다가 해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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