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복지를 언급할 때 주로 비교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인구사회 구조가 유사해졌고 각종 법과 제도에 있어 일본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제조·유통·방송산업뿐만 아니라 각종 마을공동체·보건복지 사업에 있어서도 일본 정책을 그대로 옮겨 와서 이름만 달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앞선 사례를 가지고 온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그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 20%를 넘긴 2025년을 초고령사회 원년으로 본다면 일본의 2025년은 다른 의미로 특별하다. 이른바 ‘2025년의 문제’가 대두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5년은 초고령사회를 넘어 일본인 3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 5명 가운데 1명이 75세 이상 노인이 되는 해다. 그동안에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생산인구 감소와 보건의료, 요양, 돌봄 사업은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24년 11월 현재 일본 인구는 1억2379만 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9%를 차지한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와 비견되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65세에 이르기 시작한 2012년부터 증가세를 보였고 2025년에는 이들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 인구로 이입된다. 산업 현장에서 일할 사람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일본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보건의료와 요양 비용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치매, 노인성 질환, 각종 생활 사고에 따른 부상 증가는 사회보장제도 부담을 높인다. 이를 ‘2025년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출생한 인구 680만 명 전체가 75세가 되는 2025년에 대비해서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진행해 오기는 했다. 아동, 육아, 연금, 의료·요양 사업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구축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이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지역 주민이 그동안 살아오던 공간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각 지자체의 특성과 여건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봐야 한다. 보건의료·요양·주거·생활 지원을 입체적으로 지원한다는 점 역시 다르지 않다.
일본은 ‘2025년의 문제’를 전제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요양 인력 확보와 역량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2025년에 215만 명의 인력이 공급될 것으로 예측했고 수요는 253만 명으로 내다봤다. 37만 명의 요양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이를 대체할 복지 용구(기구), 정보통신·로봇 기술 도입 등의 해법으로 전환됐다. 요양사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윤석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양질의 요양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노인과 지역 소멸 가속화, 이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이들의 고독사, 시설 부족에 따라 대기해야 하는 노인, 치매 자녀가 치매 부모를 돌보는 또는 그 반대 현상, 전 세대에 부가되는 사회보험 부담, 외국인 요양 인력 확대 등 지난 10년 동안의 노력에도 일본의 법과 제도, 정책이 무력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는 초고령국가로 등극한 우리나라로 전이될 문제이기도 하다.
이승진 울산장애인자립생활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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