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노동자 정슬기씨 사망 1주기 투쟁백서 발간…유족 “쿠팡은 약속을 지켜달라”

2025-06-04

“우리의 추모는 그를 기억하고, 슬퍼하고, 고마워하는 것에 멈출 수 없습니다. 어떤 노동자도 정슬기님처럼 억울하게 죽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쿠팡이 진정으로 변할 때까지 끈질기게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국회, 사회 전체가 더 이상 불의한 자본의 편이 아닌 억울한 노동자의 편에 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적 애도이자 추모라고 생각합니다.”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 고문을 맡고 있는 박득훈 목사는 지난 2일 정슬기씨 1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열린 추모 기도회에서 이같이 기도했다. 고인의 유족과 기독교인,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쿠팡에서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하던 정씨는 지난해 5월 숨졌다. 당시 고인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는 업무를 독촉하는 담당자의 지시에 “개처럼 뛰고있긴 해요”라고 답하는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후 기독교와 노동·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세워졌고, 쿠팡은 처음으로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합의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다시는 이 땅에서 저희 아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노동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노동할 수 있는 세상을 이룰 때까지 모든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협력해 노동자들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내는 추모회가 끝난 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애써주신 걸 다시 느끼게 됐다”며 “쿠팡은 약속을 꼭 지키고, 정부는 노동자들을 귀히 여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씨의 아내는 남편 사망 후 생계전선에 뛰어들어 4남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구성된 대책위는 5만 국민동의청원과 국회 청문회 등을 성사시켰고, 추모문화제·거리기도회·1인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대책위는 6개월간의 활동이 담긴 300페이지 분량의 백서를 발간했다.

대책위 공동대책위원장인 김소연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백서에서 “보통의 산재노동자 투쟁과 달리 종교단체가 연대의 원천이 되어 대책을 제안했다. 산재 투쟁의 역사에서 또 다른 확장이자 확대라 할 수 있다”며 “심야노동의 사회적 문제제기를 하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택배노동자 클렌징제도를 폐기하게 한 것은 성과”라고 했다. 이경희 수원성교회 담임목사는 “교회는 더이상 세상 고통의 외곽에만 서 있을 수 없다”며 “존엄한 노동,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걸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남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자문위원은 “지난 1년 동안 집 앞에 있는 쿠팡 트럭을 보기 괴로웠다.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편리함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것이 맞는지, 쿠팡이 만들어낸 일자리를 보고 박수를 치는게 맞는지 생각드는 힘든 시간이었다”며 “노동자가 아침에 밝게 출근하고 저녁에 반갑게 가족을 만다는 당연한 일상을 위해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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