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교사가 중심이 되는 교육 개혁

2024-12-29

한국의 교육 개혁은 대입제도 개편이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학 입시에 매달려왔다. 1945~1953년까지 시행됐던 개별 대학 입시를 입시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1954년 예비고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입시 개혁의 첫발을 뗐다. 이후 셀 수 없을 만큼의 대입 제도 개편을 겪었고 이는 교육 현장의 갈지(之)자 혼란을 초래했다. 현 대입 제도는 1994년 도입된 수학능력 시험이다. 이 시험은 2002년 경쟁 완화를 위한 등급제를 도입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거의 모든 학과에서 사시 행시 외시 의전원 합격자가 나오고 서울 한 외고의 졸업생이 법조계에서 최다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건 시험에 의한 선발 때문이다. 순위와 경쟁을 중시하는 한국 교육은 '시험 국민'의 탄생을 가져왔다. 소질과 적성은 무시된 채 오로지 시험을 잘 치르는 '재주'를 가진 이가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객관식 시험에 순위를 매기는 현 상황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이 점수를 좌우한다. 수능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방법이 제시됐지만, '공정'이라는 잣대에 가로막혀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교육 개혁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미국의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NCLB(No Child Left Behind) 정책과 일본의 지나친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한 유토리(ゆとり) 교육의 공통점은 범국가적 교육정책이라는 점이다. NCLB는 과도한 시험 준비와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부작용으로 인해 시험의 결과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ESSA(Every Student Succeeds Act)로 대체됐다. 유토리 교육은 학력 저하 문제로 인해 2014년 폐지됐다. 대신 유토리 교육은 2013년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일본이 국제바칼로레아(IB)를 공교육에 도입한 계기가 됐다.

교육은 국가가 나선다 해도 학습자 성장의 바탕인 창의성과 학력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힘들다는 걸 알게 한다. 미국은 NCLB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지역 상황에 맞게 교사 중심의 교육을 펼치고 있다. ESSA를 대체하는 다른 교육정책이 나오질 않는 걸 보면 단점보다는 긍정이 많다는 증거다. '학생=공부=성적'이라는 유교적 사고가 강한 일본에서 유토리가 가져온 교육의 '일탈'은 아베 신조의 교육 재생으로 공부량을 중시하는 구체제의 교육으로 돌아갔지만,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IB의 정책적 지지로도 나타났다. 일본의 IB는 왕실이 나서고 우리의 전경련(全經聯)격인 게이단렌(經團聯)도 나서 IB의 확대에 힘을 보탰다.

탁상공론은 우리만의 교육을 갖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경쟁을 완화하고 교육 수혜자가 행복한 방법을 찾기 위해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 전제는 교사를 중심에 두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교사는 학생의 진로를 결정하고 있다. 교권이 확립되고 교사가 진정한 스승이 될 때 우리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국제신문 24년 12월 13일자 필자의 시론 '수능 폐지를 위한 10년 교육 실험'의 핵심 역시 교사다. 제주에서 도입된 IB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교권이 자연스럽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서·논술형 평가가 주인 IB가 순항하는 건 교육에서'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진보주의자로 평가받는 이석문 전 제주교육감이 과감히 도입한 IB는 이제 대구, 경기 등 보수 교육감이 이어받아 세를 넓히고 있다. 친구가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가 되는 IB교육, 10년 교육 실험으로 어떤가?

전호환 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동명대 총장 chunahh@tu.ac.kr

◆전호환 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동명대 총장=부산대 총장,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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