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쏟아지는 ‘관세 강경대응 지지’…‘무관세’ 제안 글 대중 뭇매 끝 삭제되기도

2025-04-08

“정신과 힘을 집중해 우리의 일을 잘 해내자”(集中精力办好自己的事)

지난 7일자 중국 인민일보 1면에 실린 사설 제목이다. 중국에서 ‘국난극복’을 다짐할 때 자주 사용되는 문구이다.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관세로 중국 경제는 단기적 타격을 입겠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한 관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세전쟁에 임하는 중국 내부 분위기는 인민일보 사설 제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연거푸 54%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50%의 추가 관세까지 거론한 미국을 상대로 강경책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대중의 지지가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로 웨이보 등 중국 SNS에는 인민일보 사설 제목이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중국은 대비책이 있다’ 등의 문구가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있다. 관영 매체가 유도한 여론이지만 코로나19 방역 정책 등 정부가 대중이 반대하는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이던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중국에서도 강경책에 대한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 검열이 이뤄지기도 전에 누리꾼에 의해 뭇매를 맞고 있다.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에 따르면 지난 6일 중국 온라인에는 ‘중국 사회과학원 공공정책센터 허빈’이라는 이용자가 작성한 글 캡처본이 퍼졌다.

허빈은 중국이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매겨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대응한 것으로 두고 “‘네가 내 아내를 때리니 나도 네 아내를 때리겠다’는 반응”이라며 “미국은 관세 인상으로 제 발등을 찍고 있다.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보복관세 대신 모든 수입품에 무관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앞장서서 ‘자유무역’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빈은 중국사회과학원 공공정책센터의 특별 연구원으로 알려졌다.

허빈의 글에는 “항복주의자” “멍청한 생각” 등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전문가들도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평했다. 글이 논란이 되자 중국 사회과학원은 공공정책센터의 공식 홈페이지와 위챗 계정 등을 폐쇄했다.

중국 바깥에서도 중국의 강경책을 두고 무모하다는 평가는 드물다. 싱가포르 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의 천보는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여력이 있다. (부채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 국내 부채라 (외환위기 우려에 따른) 제한을 덜 받는다”며 “미국이 시작한 글로벌 무역전쟁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 미·중은 조만간 합의에 나설 것”이라고 연합조보에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1분기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았고, 통화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며 중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을 4.5%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 목표치인 5%에는 못 미쳐도 선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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