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멍멍이 귀엽지”… 개 사진 자랑했다 딱 걸린 마약 카르텔

2025-01-25

귀여운 강아지 사진 한 장이 800억원 규모의 마약을 밀수하려던 범죄 조직의 베일을 벗겼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날 영국 법원은 지난 2022년 호주로 마약을 밀매하려다 붙잡힌 슈테판 발도프(64)와 필립 롤슨(63)에게 약 120만 파운드(약 21억원)의 수익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3개월 안에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징역이 더 추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건은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익명의 마약상이 영국에서 호주로 순도 77.5%의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인 엑스터시(MDMA; 메틸렌디옥시메스암페타민)를 밀거래할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소식이 국가범죄수사국(NCA)에 입수된 것이다.

마약 밀매범들은 해당 약물이 영국보다 호주에서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이 같은 계획을 꾸몄다.

밀매상은 수사관들의 눈을 피해 범행을 모의하기 위해 암호화된 메시징앱 '인크로챗'(EncroChat)을 사용했는데, NCA 요원들은 해당 채팅방을 해킹해 잠입했다.

문제는 이 앱에 사용자 실명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기계식 굴착기 팔에 엑스터시를 밀수출 하려던 정황과 계획까지 모두 확인됐으나 밀수범의 정체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프렌치 불독 사진 한 장이 범인의 정체를 밝혔다. 마약 밀수업자 대니 브라운은 새로 강아지를 입양하고 이 사진을 동료들에게 전송했는데, 개 목걸이에 파트너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NCA 요원들은 이 사진 속 연락처를 중심으로 마약 밀매업자들 간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발도프는 조직원들에게 약속 장소 사진을 보냈다가 정체가 드러났다. 황동판에 자신의 얼굴이 비친 것을 모르고 사진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온라인 경매를 조작해 굴착기를 7만 5000유로(약 1억 1230만원)에 사들였고, 기계팔 일부를 뜯어내 마약을 넣고 다시 용접하는 방식으로 호주에 밀반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이 밀거래하려던 엑스터시의 양은 448kg으로 4500만파운드(약 797억원) 상당이다.

정체가 탄로난 범인들은 지난 2022년 총 163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킹스턴 크라운 법원은 발도프와 롤슨에게 각각 100만 파운드, 18만 파운드를 상환하라고 명령했다.

NCA 조사를 이끈 크리스 힐은 “이 범죄자들은 불법 약물 공급이 영국과 호주 사회에 가져올 비참함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돈에만 신경썼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벌금을 선고했다”며 “이 절차는 다른 조직 범죄자들에게 감옥 문이 닫히게 되더라도 처벌은 끝나지 않는다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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