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차 수학 교사 석경진(44) 씨는 10년째 달마다 온라인 성인 수학 스터디를 모집하고 있다. 스터디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터디용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매일 3문제 푼 것을 인증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된다. 코로나19 시기 직전까지 운영했던 대면 스터디를 합치면 200여 명이 스터디를 이용했다. 석 씨는 스터디 유지 비결에 대해 “중고등학생 때처럼 몇 시간씩 풀지는 못하더라도 하루 10분씩 투자하면서 습관을 쌓아가는 데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입시에서 늘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던 수학이 취미가 된다면 어떨까. 졸업 후에도 취미 수학을 풀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성인들이 늘어났다. 최근 필수 소양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역량을 기르기 위해 수학과의 인기도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최근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대표적인 수학 교재로 꼽히는 기탄 수학을 취미로 풀고 있다는 트윗이 5000회에 가깝게 리트윗되며 공감을 샀다. 해당 트윗에는 “나도 취미 삼아 수학을 풀면서 머리를 맑게 하고 있다” “나이 들고 보니 수학이 더 빨리 이해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로 수학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취미 중 하나다. 서울 연희동에 거주하는 박 모(28)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EBS 수능특강 수학 교재와 중학교 기하 문제집을 사서 풀기 시작했다”면서 “논리 구조가 명확해서 재미 있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주는 스트레스가 없으니 좋다”고 말했다.

성인 대상 수학 스터디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30~40대 학부모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려는 목적으로 배우다 수학의 매력에 빠져든 경우가 많다. 강원 원주에서 국내 최초의 수학 책방인 ‘데카르트 수학책방’을 운영 중인 강미선(58)씨는 “책방 이용자들은 성인 독서 모임을 통해 과거 학창시절 남아있던 의문들이 풀리면서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책방은 2022년 문을 연 후 약 1만 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수학 전공 지원자도 늘었다. 수학적 사고가 AI 이론의 필수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래영 이화여대 수리교육과 교수는 “수학을 한다는 것은 수학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탐구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그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인데, AI에서도 이러한 능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수학과 지원자 수는 2021년 1만 6388명에서 1만 9459명으로 18% 늘었다. 같은 기간 입학 정원은 2021년 1939명에서 지난해 1748명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취업률도 2021년 53.4%에서 지난해 60.4%로 늘어났다.
수학 선호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40%가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더 배우고 싶다고 응답했고, 전체 응답자의 95% 이상이 업무 및 일상 생활에서 수학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상구 성균관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선형대수학·미적분·통계 및 코딩 지식은 AI 시대 인재들에게 필수적인 지식”이라면서 “성인들이 기존에 배웠던 수학 내용을 코딩을 활용해 구현하는 등의 학습을 거친다면 AI 및 데이터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쉽게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