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과 알리와 딥시크, 그리고 음모론

2025-02-11

설 연휴 직전, 오랜 벗들과 함께 또 다른 벗을 만나러 중국 선전(深圳)에 다녀왔다. 선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중국이 맞나’ 싶었다. 도시는 반듯했고, 거리는 깨끗했으며, 마천루는 즐비했다. 특히 눈길을 잡아챈 건 녹색 번호판을 단 파란색 택시들. 어느 하나 예외 없이 BYD(비야디)였다. 올해부터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바로 그 BYD 전기차 말이다. 이곳 의사인 친구의 말이다.

“거리에 다니는 차량 과반이 전기차다. 그만큼 발달해있고, 환경에도 신경 쓴다. 선전 사람들 잘살고 깔끔하다.”

인구 1700만 선전의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를 넘은 지 오래다. BYD·텐센트·화웨이의 본사가 있는 첨단 산업의 전진기지다. 덩샤오핑이 작은 어촌마을이던 이곳에 개발의 기치를 내건 지 40여년 만의 변화다.

설 연휴 동안, 고향에서 또 다른 친구를 만났다. 저녁 자리에서 그는 대뜸 무선 이어폰을 건넸다. “한국돈 500원짜리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는 것 말곤 빠지는 게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친구는 ‘알리’ 예찬론자다. 푼돈을 들여 물건을 잔뜩 산다. 키덜트를 겨냥한 각종 완구류를 구입해 조립하는 게 취미다.

설 연휴 말미, 이번엔 뉴스에서 중국이 난리였다. 토종 중국인 량원펑의 투자 회사가 개발해 공개한 AI(인공지능) ‘딥시크’였다. 개발비가 오픈AI GPT4의 18분의1인 8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전 세계 AI 관련 주가가 출렁였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을 막았지만 중국은 자생력을 증명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에는 기회가 됐다”(BBC)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런 중국이 한국 정치판에 소환됐다.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퍼지고 일부 여당 정치인들도 동조한다.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돼 선관위 연수원에 있다’는 식의 가짜 뉴스도 번졌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을 외치며 시위하는 일도 있었다.

선전과 알리, 딥시크의 중국은 현실이다. 과거엔 중국이 기회이자 위기였다지만, 경쟁 산업이 겹치는 지금은 위기에 가깝다. 요 며칠 봤듯,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어디까지 치받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중 갈등에 따른 위기가 커지고, 선택을 강요받는 때가 올 수 있다. 군사·경제·기술을 아우르는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 이 현실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누구 말마따나 중국에 “셰셰”하는 게 해법이 아님은 분명하다. 동시에 중국을 ‘음모 국가’로만 여기는 건 한가하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일수록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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