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2025-02-26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 range)’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인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어려운 뇌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뉴욕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인 그는 고위험 고난도 수술을 척척 해낸다. 전공의뿐 아니라 동료 전문의들도 경외감 가득한 눈으로 그의 수술을 참관한다. 퇴근 뒤의 그의 삶은 화려하다. 맨해튼 한복판의 고급 펜트하우스에 사는 그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자케 드로, 예거 르쿨트르 등 고급 시계가 즐비한 서랍에서 시계를 골라 찬다. 이어 람보르기니를 타고 파티장으로 향한다.

양념이 가미된, 판타지 영화 속 묘사이긴 하지만 미국에선 현실과 그리 멀지 않은 얘기다. 필수의료 분야에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미국에선 신경외과, 흉부외과가 연봉 1, 2위를 다툰다. 평균 연봉이 10억원을 넘어선다. ‘천재,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뇌나 심장 등 수술을 하는 의사는 고생한 만큼 큰 보상을 받는다. 사람 목숨을 좌우하는 의업(醫業)의 핵심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의사들도 서로 하고 싶어 몰린다.

한국의 닥터 스트레인지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 뇌혈관 수술 대가로 이름난 A 교수는 365일 퐁당퐁당 당직을 서고, 수술·외래 하고, 야간에도 온콜(on-call·전화 호출) 대기를 한다. 휴일 근무는 매주 하고, 휴가는 연간 열흘 남짓이다. 대형병원에도 개두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가 두어명에 불과해서다. 의정갈등 이후 그나마 몇 있던 전공의마저 떠나 더 어려워졌다. A 교수의 연봉은 2억5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직장인 평균 연봉의 서너배지만, 의사 전체 평균(3억원, 2022년 건강보험공단)에도 못 미친다. 비급여 진료를 다수 하는 안과(6억1500만원), 정형외과(4억7100만원) 개원의 수입의 절반도 안 된다.

A 교수는 “끝까지 환자 곁을 지키려 노력하겠지만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라며 “50줄 넘겨서도 이렇게 사는 내가 이상한 의사(닥터 스트레인지)”라고 자조했다. 현실이 이러니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도 개원가로 몰린다. 아예 전문의 따기를 포기하고 미용시술을 배워 일반의로 개업하겠다는 이들도 는다. 정부가 필수의료에 5년간 10조원이란 전례 없는 예산 투자에 나선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왜곡된 의료 시장을 그대로 둔 채 돈만 퍼부어서는 곤란하다.

의사라면 누구나 필수의료에 뛰어들고 싶도록,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반드시 따라 가야 한다. 언제까지나 이상한 의사들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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