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되기
남다은·정한석 지음
강

봉준호 영화들
이남 지음
미메시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은 봉준호 감독 스스로는 반가워 하지 않는 해묵은 별명. 한데 이제 디테일이라면, 개인적이고 한국적인 동시에 세계적이 된 그의 영화 세계를 탐구하는 이들의 작업도 보통이 아니다. 『봉준호 영화들』과 『봉준호 되기』는 초점이 서로 다른 봉준호 연구인데, 상세하고 풍부한 시각과 정보가 고루 번득인다.

며칠 차이로 먼저 나온 『봉준호 되기』는 부제가 '봉준호를 만든 교과서와 스승들'. 학교 교과서가 아니라 '영감의 원천이 된 텍스트' 얘기다. 거칠게 말하면 이 감독 머리 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적어도 뭘 보고 자랐는지는 알아보자는 탐구다. 이를 위해 봉 감독과 여러 차례 진행한 인터뷰의 문답 등 다양한 구성을 통해 애니메이션, 만화, 추리소설, 영화를 아우르는 탐식의 리스트가 드러난다.
책에 따르면 미래의 영화감독은 '바보 상자'란 오명과 달리 TV를 '이야기 상자'이자 '나의 시네마테크'로 삼아 자랐다. 또 성공한 영화감독만 아니라 '실패한 만화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영화마다 콘티를 직접 그리고, 대학 때 학보에 만평을 연재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 책에는 고교 때 다니던 성당 간행물에 그린 만화까지 새로 소개해 놓았다.

지은이들 말마따나 그는 자신의 영화와 창작 과정에 대한 설명에 전혀 인색하지 않은 감독. 이 책에는 마주 앉으면 어색한 가족 분위기, 성장기를 보낸 아파트의 무수한 바퀴벌레, 그리고 대학 시절에 대해서도 스스럼 없이 들려준다. 초점은 봉준호 개인이지만, 지은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한 손에는 화염병을 다른 한 손에는 비디오테이프를 든" 새로운 문화 청년들의 시대상 역시 전해진다. 영화평론가인 두 지은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 소년 코난'과 히치콕 영화를 비롯해 주요 작품에 대해 봉준호 영화의 접점을 아울러 한층 깊이 있는 접근을 펼친다.

『봉준호 영화들』은 그야말로 정공법. 지금까지 모든 봉준호 영화를 분석했다. 8편의 장편과 여러 단편은 물론 그를 소재로 고교생들이 만든 '봉준호를 찾아서'라는 단편까지 아우른다. 특히 '새로운 문화세대'로서 봉준호의 삶을 조명하는 첫머리부터 성장기와 더불어 충무로 스태프 경험까지 상세하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플란다스의 개'와 '마더'를, '설국열차'와 옥자'를 갈래 짓는 분석에 앞서 지은이는 봉준호 영화 전반의 형식적 기법과 시각적 표현을 먼저 살핀다. 그가 직접 말한 '부조리'와 '삑사리', 지은이가 주요하게 지목하는 '오인'이나 '장르 꺾기', 그리고 '진경산수'를 비롯해 그의 영화를 말하는 예리한 언어가 가득하다.
봉준호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눈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블록버스터"를, "상업적인 오락 영화"를 만드는 감독. 이런 그를 지은이는 "영화로 사회학을 하는'영화적 사회학자'"로 표현한다. 특히 '기생충'은 모멸감을 비롯해 "감정의 사회학"에 천착한 점에서도 새로운 면모를 짚어낸다. 지은이는 그를 "영화적 변태"로도 표현한다. 기존 관습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비틀고, 도전하고, 도발한다는 점에서다.

이 책은 미국에서 봉준호 영화에 대한 첫 학술서로 2020년 처음 나왔다. 한국판은 이후 최신작 '미키 17'까지 담아냈다. 지은이는 한국에서 영화 기자로 일했던 미국 채프먼대 영화학과 교수이자 비평가. 2011년 이 대학 영화제에서 봉 감독을 만나 본격적 대화를 시작한 이래 다년간의 작업을 통해 완성한 책이다. 봉 감독의 창작 과정과 영화 안팎에 대한 흥미롭고 세세한 정보, 그리고 한국 현대사와 한국 영화사의 맥락까지 아우르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한국 근현대사를 '실패한 역사'로 보는 해석과 봉준호 영화에 드러나는 '실패의 내러티브'를 연관 짓는가 하면, 이른바 '뉴 코리안 시네마'의 주효한 전략이 '작가주의'였다고도 지적한다. 이는 '설국열차'의 미국 개봉 당시 하비 와인스타인과 갈등을 불사하며 감독이 편집본을 고수한 일과도 맞물리는데, 마침 『봉준호 되기』에도 관련 일화가 나온다.
'미키 17'의 작명법을 빌리면 지금껏 8편의 장편을 만든 감독, '봉준호 8'까지를 탐구하는데 요긴한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