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계속 생기는데
전세사기 특별법, 5월말 만료

서울 동작구의 빌라에 사는 강다영씨는 지난 1월 14일 집주인 A씨로부터 문자를 한 통 받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벌여온 사업이 잘 안 돼 파산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강씨와 세입자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였다. 강씨는 갑작스레 전세보증금 1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강씨가 세들어 사는 곳을 포함해 A씨 소유 빌라 두 채의 피해 인원이 40명, 피해액이 36억원에 이른다. A씨 남편 소유의 빌라 두 채에서도 같은 피해가 발생해, 부부 소유의 건물을 합치면 세입자 75명이 보증금 총 66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강씨는 전세사기 문제가 이미 공론화된 2023년 8월에 이 집을 계약했다. 근저당이 있었지만 중소기업 취업청년 대출이 무난하게 나왔고, 공인중개사도 “신축 빌라에 이 정도 빚이 없을 수 없고 임대인은 믿을 만 한 사람”이라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강씨를 비롯한 세입자들은 A씨 부부가 파산 신청을 앞두고 재산을 몰래 빼돌렸다고 의심한다. A씨는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이사를 원하는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반환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소송을 걸어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경찰 고소와 증거 입증, 법정 다툼 등 긴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지원할 전세사기특별법의 유효기간이 오는 5월 31일 만료된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세사기로 입증하더라도 전세사기 특별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강씨는 “삶이 무너지는 경험”이라며 “법이 이대로 종료되면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빚과 소송 등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와 전세사기 시민사회대책위는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 기한 연장과 추가 개정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세사기특별법은 2023년 6월1일부터 한시법으로 시행됐다. 특별법 제정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2만5000명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아 금융지원과 법률상담 등을 받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해 6월부터 피해자 인정 건수가 감소하기는 했으나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는데 특별법이 만료되면 신규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서동규 청년세입자연대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접수돼 대응 중인 대규모 전세사기 건이 이미 2건이나 되고, 각각 피해자가 100명에 가깝다”며 “모두 2025년 들어 피해를 인지한 분들로, 특별법 연장 기한은 국가가 내놓아야 할 최소한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철빈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피해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도 안 되는 상황에서 특별법이 종료되면 전국 각지의 피해자지원센터도 동력을 상실하고 문을 닫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도 특별법을 연장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별법 유효기간을 현행 3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지난 6일 발의했고,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전세사기 피해자가 긴급복지지원을 받도록 하는 개정안을 지난 13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