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업계가 금융회사들과 잇따라 손잡으며 업종을 넘나드는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단순한 제휴 카드나 통장 출시를 넘어 자사 고객에게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권은 유통 플랫폼 내에 금융 서비스를 탑재하는 이른바 ‘임베디드 금융’(비금융 기업의 플랫폼 안에 금융 서비스가 통합되는 것)을 강화하는 등 협력의 깊이를 더하는 모습이다.
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1억 2000만 원 이상을 구매하는 ‘블랙다이아몬드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초부터 신한은행 및 신한투자증권의 개인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증권은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백화점 VIP 고객 대상 부동산필드 아카데미 강좌 등을 개설하며 신규 고객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KB금융과 전략적 제휴(MOU)를 맺고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KB금융의 투자전략·기업승계·절세 노하우 등의 금융강좌를 열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또 KB금융의 우수 고객에게는 퍼스널 쇼퍼(1대 1 쇼핑 동행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양사는 고금리 제휴 상품, 간편결제 서비스, 포인트 연계 등의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컬리는 7월 NH농협은행과 제휴해 금리와 쇼핑 혜택을 결합한 ‘NH퍼플통장’을 출시했다. 컬리페이 결제계좌로 NH퍼플통장을 지정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컬리상품권을 증정한다. SSG닷컴 역시 KB국민은행과 금융 패키지 서비스 ‘쓱KB은행’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SSG닷컴 안에서 국민은행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당근은 3월 하나은행과 손잡고 당근페이 사용 실적에 따라 300만 원까지 최대 연 3% 이자를 적용한 ‘당근머니 하나통장’을 출시했다. 당근은 또 연내에 부동산 거래 시 NH농협은행 가상계좌를 활용한 안심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스타벅스가 KB국민은행과 협업해 출시한 ‘KB별별통장’은 매달 50만 원 입금 시 아메리카노 쿠폰을 제공하는 혜택 등으로 3개월 만에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유통업계와 금융권이 협업을 강화하는 것은 양측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체 결제시스템 등을 탑재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네이버나 쿠팡에 맞서 다른 유통업체들도 금융 서비스를 추가해 고객을 확대할 수 있다. 또 온라인 경쟁력을 갖춘 카카오뱅크·토스 등과 경쟁하는 전통 금융회사들도 유통 플랫폼과 서비스를 통합해 임베디드 금융 관련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임베디드 금융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48억 달러(152조 1400억 원)에서 2034년 8341억 달러(1210조 8600억 원)로 연평균 23.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유통 플랫폼과 고령 고객이 많은 전통 은행권, 혹은 4050 고객층이 많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인터넷은행간 협업은 서로 다른 고객층으로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나아가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운영 주체가 될 금융권과 주요 사용처가 될 유통업간 협업은 필수로 꼽힌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혜택을 이종 업권에서 찾는 경향이 뚜렷해 지고 있다”며 “AI 시대 결제·구매패턴 등 고객 데이터를 결합하면 더 정교한 맞춤형 추천도 가능해지는 등 금융과 유통의 협업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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