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한국대사관 광복절 기념행사
독립운동가 후손 참석해 만세삼창

“저는 중국인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철남 선생의 손자 진숴(金朔·58)씨는 15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연단에 올라 만세를 외쳤다. 프랑스 유학을 앞둔 큰아들 진주양(金九羊·19)군과 고교 입학을 앞둔 작은아들 진판스(金凡十·15)군이 그의 옆자리에 섰다. 주중한국대사관의 광복절 기념행사에서는 매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선창하는 ‘만세삼창’을 한다.
진씨는 기념식 후 중국어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매년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며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이 독립운동 후손들을 존중한다고 느낀다. 한국이 우리의 조국도 아니고, 우리가 한국 국적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잘 보살피고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발전한 나라이며 민주국가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역사와 연결점이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진씨에게 올해 기념식은 더 특별하다. 두 아들이 최근 해외 한국계 청소년 교류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주양군은 “세계 각지에서 온 한국계 친구들과 교류를 맺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며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스군은 “한글의 발전 과정을 배운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나도 한국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해도 경신 출신인 김철남(1895~1952) 선생은 1915년 경신학교 졸업 후 상하이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1942년 10월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황해도 대표의원으로 선출돼 광복 때까지 활동했으며 교통부 차장을 지냈다. 임시정부 내 김구, 김원봉의 세력에 속하지 않는 인사들과 신한민주당을 결성해 활동했다. 199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이날 독립운동가 후손은 총 9명이 참석했다. 진씨 부자 외 중국 공산당에서 활동한 김성숙·두쥔후이(杜君慧)의 손녀인 두닝위엔(杜宁远), <아리랑>으로 유명한 김산(본명 장지락)의 증손 가오위위안(高雨原)·현손 가오진서(高槿涻), 임시정부 요원이자 화가로 활동한 한낙연의 딸 한젠리(韩建立), 내몽골 지역에서 중국 국민당 군의관으로 활동했던 이자해의 현손녀 리이이(李益薏)씨 등이다. 좌우 진영을 아우르는 다양한 정파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함께 모인 것이다.
진씨는 “한국 독립운동에는 ‘가오융광(高永光)씨의 아버지’(김산)가 걸어온 길 등이 포함된다”며 “한국의 독립운동을 고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인류 진보의 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닝위엔씨는 “한국이 오늘날 큰 발전을 이루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김한규 대사대리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들과 기업인·교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교민들이 결성한 애국합창단이 안중근을 다룬 뮤지컬 <영웅>의 주제가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