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뵙는 설. 하지만 반가운 마음도 잠시, 부쩍 연로한 모습에 서글픔이 몰려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병원이나 영양제 챙기기에 앞서 부모님의 일상부터 찬찬히 들여다보자. 놓치기 쉬운 질병 의심 증상, 방치된 생활 속 위험요인을 제때 발견하는 네가지 체크포인트를 전문가에게 들어본다.
◆혹시 우리 부모님도?…치매 체크=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진 부모님, 치매는 아닐지 불안하다. 특히 어르신들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증상을 외면하곤 해 자녀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치매와 단순 건망증은 어떻게 다를까. 단순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잊어버린 부분을 금방 떠올리지만 치매 환자는 기억해내지 못한다. 또 치매 환자는 집 안팎에서 길을 잃고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과 감정 변화도 눈여겨보자. 치매가 있으면 의욕을 잃거나 우울해하고, 잠을 많이 자거나 반대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부모님이 치매 증상을 보인다면 주소지 관할의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치매선별검사를 받아보자.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센터가 지정한 병원에서 전문의 진료, 뇌 영상 촬영 등 세부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소득에 따라 검사비도 지원된다. 조범훈 대한치매협 회장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약물·인지훈련 치료를 하면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어 병원을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때 맞게 드시고 있나?…약 체크=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처방약부터 건강기능식품까지 여러 약을 한꺼번에 먹는 어르신이 많다. 처방약을 병원에서 안내한 대로 정시에 적정량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봉투를 확인해보자. 정재훈 약사는 “여러 병원에 다니는 고령층은 함께 먹으면 안되는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여유가 있을 때 약국에 약을 들고 방문해 상담받아보는 걸 권한다”고 했다. 건강기능식품의 적절한 복용 시간대를 알려드리는 것도 좋다. 활력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B는 낮에 먹는 게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증진하고 피로 해소를 돕는 홍삼진액도 마찬가지다. 칼슘과 마그네슘은 신경·근육 이완 효과가 있어 숙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밤에 먹는 게 이롭다. 정 약사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위 보호를 위해 식후에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넘어지면 큰일…낙상 체크=뼈와 근육이 약한 어르신들은 넘어지기 쉽고, 한번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골절이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넘어진 적이 있는지, 낙상을 유발하는 근육·관절 통증이나 어지럼증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신규철 정형외과 전문의는 “고령층은 작은 낙상 사고로도 골반·대퇴골·척추 등이 골절되고, 이 때문에 신체활동이 줄면 심폐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설 연휴 기간에 부모님 댁 환경을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발이 걸려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문턱을 제거하고 바닥에 널린 전깃줄도 정리하자. 물기 때문에 미끄러운 화장실과 부엌 싱크대 근처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깐다. 화장실 변기와 욕조 옆, 침실의 침대 근처엔 손잡이를 설치해 이동 시 잡을 수 있도록 한다. 잠자리 근처에 작은 조명을 두면 밤에 움직일 때 도움이 된다.
◆설 전에 접종 필수…백신 체크=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 유행으로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요즘, 부모님 건강도 우려된다. 특히 설에는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미리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인 65세 이상은 인플루엔자·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을 통해 백신접종이 가능한 부모님 댁 인근 보건소·병원을 검색해 알려드리자. 박대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독감 유행은 2∼3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고령층이 독감에 걸리면 폐렴·심근경색·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