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소비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도시 상권에서 전통시장, 문화 체험에서 스포츠 관람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변화의 배후에는 소비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국경절-중추절 황금연휴 추이를 바탕으로, 중국 소비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들여다본다.

체험:‘스포츠 경기 관람+상권 소비’의 연동
최근 중국 소비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체험형 소비가 실물 소비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음료, 여행, 공연 관람 등 서비스 소비가 활발해지는 반면, 가전, 의류, 일용품 등 실물 소비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둔화하는 추이를 보였다.
여행과 문화 스포츠 관련 소비는 올해 연휴 소비의 관건이었다. 현지 매체 신징바오(新京報)에 따르면, 지난 국경절-중추절 연휴 기간 중국 베이징시 전역에서는 364편의 공연이 2102회 펼쳐졌으며,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은 5800만 위안(약 115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 오픈 테니스 대회와 WTT(월드테이블테니스) 차이나 그랜드 스매시가 같은 기간 개최되면서, 이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 두 개가 베이징시 소비를 견인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
대목을 맞아 경기장 주변 쇼핑몰과 굿즈 매장에서는 티켓 소지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이른바 ‘스포츠 경기 관람+상권 소비’이라는 새로운 소비 모델이 주목받는 계기였다. 티켓을 들고 가면, 식당, 마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업종의 매장 약 200곳에서 혜택을 제공해, 스포츠 체험이 각종 기타 소비로 확장되는 효과를 본 셈이다.
베이징시 스징산(石景山)구 문화여행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3일 기준 WTT 중국 그랜드 스매시 대회는 누적 8만5000장 이상의 티켓을 판매, 티켓 수입이 8700만 위안(173억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52.6% 증가한 수치로, 주변 지역의 누적 소비를 3000만 위안(59억8000만원)이상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터: 도시 상권에서 전통시장으로
“꿀만 해도 30병 넘게 팔렸고, 쌀도 수십 포대가 나갔어요. 토종 달걀 500개는 진작에 다 팔렸죠!”
지난 10월 1일,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쭌이(遵義)시 쑤이양(綏陽)현에서 열린 ‘국경절·중추절 기념 음악 미식 축제’ 현장에서 한 상인이 현지 매체 신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지역 우수 농특산물이 한자리에 모여,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시식과 구매에 나섰다.
전통시장 행사 외에도, 다수 지역에서 소비 쿠폰 발행과 ‘보상판매(以舊換新)’행사를 통해 소비를 북돋았다. 간쑤(甘肅)성 톈수이(天水)시 칭수이(清水)현은 소비재 ‘보상판매’를 위해 120만5000위안(2억4000만원)의 특별 자금을 배정했고, 안후이(安徽)성 푸양(阜陽)시 푸난(阜南)현은 70만 위안(1억4000만원)의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것 외에 일부 매장에서는 구매 금액별 조건부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처럼 당국의 소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이번 연휴 지역 상권 및 전통시장의 소비 열기가 뜨거웠다는 분석이다.

문화: 매력적인 콘텐츠와 새로운 공간
문화 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소비의 원동력이었다. IP 최초 전시, 아트토이 마켓, 무형 문화유산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베이징 원예박람원에서는 ‘희곡(戲曲) 문화’를 테마로 한 중국풍 마켓이 많은 사람의 발길을 끌어모았고, 무형 문화유산 수공예품, 경태람(景泰藍) 장신구 등 전통 공예를 일상 문화상품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 인기를 누렸다.
‘작지만 개성 있는’ 상업 공간들도 최근 들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테마가 분명하고, 공간 연출이 독특하며,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처럼 창의적인 공간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여 소유하는 것을 넘어, 감정과 체험, 추억을 위해 선뜻 돈을 지불하는 새로운 문화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쇼핑 센터’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센터’에 가깝다.
예를 들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야아오(亞奧) 상권에는 다툰리(大屯里) 상업거리가 이번 연휴 전 첫선을 보였다. 약 300미터 길이의 이 거리에는 부티크 호텔, 마켓, 레스토랑, KTV 등 다양한 업종이 한데 모여 있다. 주변 주민들에게는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즈니스 방문객과 여행객에게는 야간 소비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
중국상업연합회 전문가 위원회 라이양(賴陽) 위원은 신징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황금연휴 베이징 소비 시장에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는 중국의 소비 업그레이드가 심화 단계에 본격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제 ‘쇼핑’을 위해서 외출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위해 머무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소비 시장은 ‘규모’와 ‘다양성’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