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연간 중고거래 규모가 40조 원을 뛰어넘으며 유통 시장 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모바일 기반 플랫폼들이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고 신뢰성 높은 중고 거래 환경을 제공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큰 확산세를 보인다.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 가품 감정, 정품 보증, 프리미엄 배송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들이 시장 성장을 견인한다.
번개장터, 크림, 솔드아웃 등 주요 플랫폼들은 중고 패션, 명품, 한정판 거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시야에 두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사라지고 합리적 소비는 물론 투자 개념으로 진화하면서, 리커머스는 단순 소비를 넘어 산업 생태계로 확장 중”이라고 진단한다.
동덕여자대학교 김주희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김민서 교수, 아주대학교 최화준 교수가 「벤처창업연구」 2025년 제20권 제4호에 발표한 논문 『유통산업의 혁신적 니치로서 K-리커머스의 성장과 산업활성화 전략』은 다층적인 사회·기술적 전환(Multi-Level Perspective, MLP) 이론을 활용해 리커머스가 전략적 니치로 자리 잡은 과정을 밝혀 냈다.
해당연구는 ‘재판매(Resale)’, ‘재제조(Refurbishment)’, ‘브랜드 주도(Branded Recommerce)’, ‘팬덤 결합(Fandom Integrated)’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기존 유통 구조와 새로운 공존 체계를 형성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K-팝, K-드라마, K-패션 등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팬덤 리커머스가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리커머스가 단순한 시장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전환(Transitions)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플랫폼, 핀테크, 환경 법·제도 혁신 등이 필수적이며, 정책적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특히 리커머스 산업 활성화는 단순 ‘중고 거래’가 아닌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 논문 저자 김주희 교수는 “리커머스는 ESG에 기반한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으로, 디지털 기술과 팬덤 문화가 융합해 K-콘텐츠와 함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산업으로 발전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의 ‘빈티드(Vinted)’, 일본의 ‘메루카리(Mercari)’, 미국의 ‘스레드업(Treadup)’ 등이 독특한 사업 모델을 통해 산업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적 매매를 넘어서 ‘라이프타임 밸류(Lifetime Value)’를 극대화하고 브랜드 협업과 리퍼비시 서비스 등을 확장하며 지속가능성을 강화 중이다.
국내에서도 번개장터, 크림, 차란 등 플랫폼이 첨단 기술을 접목해 사업을 확장하고, 일본·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가치 소비’ 및 ‘지속가능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무사회가 발행하는 『세무와 회계연구』 제14권 3호에 실린 논문 『중고품 거래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의 확대방안』에 따르면, EU,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리커머스 산업을 위한 부가가치세 의제매입, 마진과세 등 다각적인 세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국내는 중고 자동차, 일부 고철류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실정이다.
논문 저자 서희열 교수는(강남대학교 세무학과) “중고품 사업자가 비사업자에게서 매입하는 경우 세금계산서 발급이 불가능해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가격 경쟁력 저하와 소비자 부담 증가의 원인”이라며, “이 문제는 중고거래 시장 활성화와 수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 교수는 유럽연합의 마진과세(Margin Scheme)를 예로 들며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 제도는 과세 대상 거래에서 중복 과세를 방지하고, 제도적 지원을 통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설명이다.
조세법학회의 목소리도 비슷하다. 『한국조세논총』 제10권 2호에 게재한 김완석 교수의(한국세무사회 조세연구소 소장) 논문은 현행 「부가가치세법」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리커머스 산업 육성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의제매입세액 공제’ 등 세제 개편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중고품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세금계산서 발급이 어려워 사업자들이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부담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제매입세액 공제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 회복과 수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이 제도는 특정 사업자나 산업에 대한 조세특혜가 아니라, 비사업자와 거래 시 부가가치세 누적과세 방지를 위한 필수적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에 따라 중고 자동차 및 일부 고철류에 한해 제한적으로 의제매입세액 공제가 적용되고 있으나, 이를 리커머스 전반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리커머스산업협회 이신애 회장은 “현재의 부가가치세 제도는 1977년 7월에 시행된 것으로 중고거래가 산업으로 성장한 현재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모순과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K-리커머스가 신성장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세제와 제도의 모순과 한계를 바로잡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리커머스 산업은 급격한 시장 성장과 함께 한국형 신규 유통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부가가치세 제도의 미비점은 산업 성장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학계, 세무 전문가, 정책 기관들은 한 목소리로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의 확대 개편과 마진과세 도입 등의 세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