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50% 늘 때, 사기 470% 급증…尹국정과제 '펫보험' 어쩌나

2025-03-10

반려견 또치(가명)를 키우고 있던 A씨는 펫보험 가입 후 일주일 만에 보험금 32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또치가 테이블에서 떨어지면서, 고관절이 탈구 돼 입원 및 수술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였다. 수상함을 느낀 보험사에서 확인해 보니 또치는 약 2주일 전 인근 다른 병원에서 같은 이유로 진단을 한 차례 받았다. 하지만 치료비가 많이 나올 것을 걱정한 A씨가 펫보험 가입 후, 다른 병원에서 처음 치료를 받은 것처럼 ‘차트청소’를 한 후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었다.

펫보험 계약 50% 증가할 때, 사기는 470% 급증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한 펫보험이 제도 허점에 보험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다. 10일 10개 펫보험 판매사(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농협‧라이나‧캐롯)에 따르면 지난해 말 펫보험 계약 건수는 16만2111건으로 2023년 말(10만9088건) 대비 48.6% 급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1년 말 펫보험 계약 건수가 5만1727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배 넘게 계약 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펫보험을 통해 보험사가 받은 원수보험료(213억3263만1000원→799억497만7000원) 규모도 거의 4배 가까이 커졌다.

펫보험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새로운 보험 수요를 해소하며 외형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제도 미비에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건에 불과했던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지난해 57건으로 약 470% 급증했다. 또 다른 펫보험 판매 보험사는 최근 보험사기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펫보험 보상과 심사를 전담하는 별도 전담 조직을 만드는 걸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보험금이 소액이다 보니, 보험사가 사기 적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사기 건수가 뚜렷이 많아지면서 내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다만 제도적으로 보험사기를 막을 방법이 많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허위청구 부추기는 깜깜이 진료정보

업계에서는 펫보험의 가장 큰 문제로 ‘깜깜이’ 진료 정보를 꼽는다. 사람 보험과 달리 자세한 진료 및 치료, 다른 보험사 보상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허위 및 과잉청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선 또치 사례처럼 다른 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은 것처럼 ‘차트청소’를 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수의사 맘대로 정해지는 진단명과 치료방법도 문제다. 진료행위가 표준화·코드화돼 있는 사람과 달리 동물병원은 수의사별로 질병을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치료 방법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같은 위장염이라고 해도 복통이나 구토 설사 같은 증상으로 질병을 표기하는 경우도 다수다. 질병과 치료방법이 통일돼 있지 않다 보니 진료비도 고무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병원 진료비용 현황 조사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반려견 초진 진찰료는 최저 1000원에서 최고 6만5000원으로 약 6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농식품부에서 진료명과 진료방법에 대한 표준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진료 60가지에 대한 권장 표준 진료 절차를 이미 고시했고, 40개에 대해서도 추가로 표준 절차를 마련 중”이라면서 “다만 업계에서 요구한 질병명이나 치료방법 코드화는 올해 상반기 중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진료기록부 없이 ‘영수증 청구’도 우려

진료기록부 없는 이른바 ‘영수증 청구’도 펫보험이 개선해야 할 과제다. 현행 수의사법에서 수의사는 동물 진료 후 진료기록부를 반드시 발급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보험가입자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진료기록부 없이 동물병원에서 결제한 카드 영수증만 첨부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사료나 반려견 용품을 함께 구매해 영수증에 얹어 청구해도 쉽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 등도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의무 발급을 법에 명시하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사항이라 진척이 쉽지 않다.

2008년 도입한 반려견 동물 등록제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문제다. 농식품부 기준 지난 2022년 등록한 반려견(약 302만 마리)은 전체의 약 38%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반려견 등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다른 동물로 보험 가입 동물을 바꿔치기해도 현실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 없이 펫보험이 외형적으로만 커지면, 보험사기 우려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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