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성장호르몬 주사 오남용 경고
성장호르몬 수치 정상 아동의 경우 큰 효과 없고
척추측만증·고관절 탈구 등 부작용 가능성 있어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서모(36)씨는 요즘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알아보고 있다. 아들의 키가 또래보다 작아 고민하던 중에 키가 큰 편에 속하는 자녀의 친구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다. 서씨는 “아이의 성장이 더뎌 걱정이 된다”며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이 되지만 (아들의) 키가 클 수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몇몇 병원에서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국내에서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외모지향주의 때문이다. 저출산 영향으로 한 명 밖에 없는 자녀를 멋지게 키우겠다는 게 부모들의 의지도 반영됐다. 하지만 키가 조금 작다고 해서 무조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제는 7개다. 화이자, 노보노디스크 등 해외 제약사 제품이 5개이고 국내 제약사 제품은 LG화학의 ‘유트로핀’, 동아ST의 ‘그로트로핀’ 2개다. 지난해 LG화학의 유트로핀 제품군 매출은 1200억 원으로, 2020년(800억 원)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아ST의 그로트로핀 매출도 2배 가량 상승했다.
현재 글로벌 1위 제품인 머크 ‘싸이젠’과 화이자의 ‘지노트로핀’ 등도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의 전망은 밝다. 2019년 1400억원대였던 성장호르몬제 시장 규모는 4년 만인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저출생 기조 속에 한 아이라도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키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통상 성장호르몬 치료는 저신장증 등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는 아동을 위해 장기간 처방한다. 신장이 왜소한 아이의 경우 키가 약 30㎝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제 시장의 급성장에 맞춰 약물 오남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아동의 경우 뚜렷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으며, 척추측만증, 고관절 탈구, 일시적 당뇨, 두통, 부종, 구토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해 오남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성장호르몬 제제는 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지만,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져 불필요한 처방과 사용이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식약처에 보고된 성장호르몬 주사 관련 이상 사례도 2018년 320건에서 2022년 1604건으로 5배나 급증했다.
식약처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최근에는 의료적 목적 외에 근육을 키우고 에너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성장호르몬 주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드시 허가 사항 범위 내에서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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