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포한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 선포 후 첫 일요일인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보란 듯 자신의 골프 영상을 올리며 한껏 여유를 과시했다. 7초 분량의 동영상에서는 빨간 모자를 쓴 그가 티박스에서 자세를 잡은 뒤 강한 바람 속에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려 보내는 영상이 찍혔다.
구체적인 영상 촬영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열린 시니어 클럽 챔피언십 라운드에서 우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내가 이겼다는 것을 들었느냐”며 “이기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강경 보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소셜미디어 엑스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전 시니어 클럽 챔피언십에서 공동 우승을 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루머의 조언에 따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충성심이 의심되는 직원 6명을 해고했다는 소식이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막대한 美 적자 유일 해결책은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별도 글에서는 “우리는 중국, 유럽연합(EU) 및 기타 여러 국가로부터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현재 미국으로 수백억 달러를 들여오고 있는 관세”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젠가 사람들은 미국의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관세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내 취재진과의 대화에서도 관세 정책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상호 관세 발표 이후 곤두박질치고 있는 증시 폭락의 기준선이 어디인지를 묻는 말에는 “멍청한 질문”이라며 “저는 어떤 것도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때로는 뭔가를 바로잡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정책 시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정한 시장 혼란은 거쳐야 할 필요악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무역적자 해결 없이는 협상 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대상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1조 달러에 달한다. 우리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저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식 시장 폭락이 의도된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며 “중국, 유럽연합(EU) 및 다른 국가와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과 유럽이 무(無)관세로 나아가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서는 “문제는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어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매우 매우 나쁘게 대했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美상무장관 “상호관세 시행 연기 없다”
일요일인 이날 재무장관, 상무장관과 백악관 경제라인 책임자들이 방송 인터뷰 등에 총출동해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 엄호에 나서며 강행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관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협상을 위해 상호 관세 부과 연기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연기는 없다. 며칠 또는 몇 주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호 관세는 부과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농담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경기 침체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가정은 부정한다. 시장이 하루 뒤, 일주일 뒤 어떻게 반응할지 누가 알겠느냐”며 “이것은 조정의 과정이다. 경기 침체를 고려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적어도 몇 주 내 협상으로 상호 관세 부과가 유예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역 대상국과 협상할 의지가 있느냐는 진행자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답했다. 이어 “50개국 이상이 무역장벽과 관세를 낮추는 것, 통화 조작을 중단하는 것 등을 미 행정부에 전달했다”며 “그들은 오랫동안 나쁜 행동을 해 왔다. 이는 며칠이나 몇 주 안에 협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ABC 인터뷰에서 “50개 이상의 국가가 대통령에게 협상 개시를 요청해왔다는 보고를 어젯밤 미국무역대표부(USTR)로부터 받았다”며 “그들은 많은 관세를 부담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도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해서다. 지난해 대미 무역에서 74억 달러(약 10조8500억 원)의 흑자를 거둔 이스라엘은 미국의 상호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미국산 제품 관세 철폐’ 방침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각국별 상호 관세율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에 17%의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