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에 이어 기업은행까지 금융권에 부당대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정 직원의 일탈 행위로 여기기엔 금융권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에 부당대출이 적발된 두 은행은 대규모 정부 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적발된 기업은행 임직원 부당대출의 규모는 882억원. 당초 알려진 240억원보다 3배 이상 더 큰 금액이다. 이번 부당대출은 퇴직임원 뿐만 아니라 같은 은행 직원인 배우자, 입행동기를 비롯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이 대거 연루된 사건이다. 영업조직부터 심사조직, 감사조직까지 전방위로 얽혀있다.
심지어 우리은행 부당대출로 금융권 전체가 시끌시끌하던 와중에도 부서장과 직원들이 자체 조사자료를 삭제하며 조직적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특정 직원에서 시작된 단순한 사고로만 여기기엔 도덕적 해이가 지나치다.
연루된 임직원 수도 적지 않다. 당장 문제가 된 퇴직임원이 일으킨 부당대출 51건에 공모한 임직원 수만도 28명에 이른다. 단순히 특정 퇴직임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조직문화 전반에 '온정주의' 문화가 번져 있다.
금감원 조차도 이번 부당대출이 금융권의 낙후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추가적인 위법 사례가 있을 정황이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력을 투입해 전수조사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업은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사업한다. 이 때문에 다른 어떤 산업보다 선관주의의무가 강하게 요구된다. 신뢰를 잃은 조직이나 직원이 서 있을 자리를 줘선 안된다. 금융당국이 어느 때보다 강한 조치를 통해 금융권의 조직 문화 쇄신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