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다…소은이 가족의 기적[메디컬 인사이드]

2025-04-11

"우리 부부끼리 있을 땐 (이주혜 교수님을) '의학적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소은이가 말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인사시키고 싶어요. "

10일 이대목동병원 난임 및 가임력센터에서 진행된 이주혜 산부인과 교수, 유미(40) 씨 부부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세 사람의 인연은 1년 4개월 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맞벌이 부부 6년차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유씨의 일상은 2023년 11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크게 흔들렸다. 회사 건강검진차 받은 유방촬영술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유씨는 "회사에서 일하다 말고 전화를 받았는데 '유방암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며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유씨는 정밀검사 결과 유방암 확진과 함께 자궁내막 용종까지 발견돼 한꺼번에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몇달 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부부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 20~30대 가임기 여성, 암진단 늘어…난임으로 이중고 겪기도

“혹시 임신 계획은 없으세요?” 2주 뒤로 수술 일정을 잡고 진료실을 나서던 순간 안세현 유방암센터 외과 교수가 조심스럽게 꺼낸 한마디는 이들 부부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결혼 후 6년 동안 자연임신을 시도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안 교수가 난임 및 가임력보존센터에 협진을 의뢰했고 이주혜 교수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2022년 사이에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9%로 10년 전(2001~2005년) 54.1%보다 18.8%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생존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암환자가 생존할 확률로,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암이 없는 일반인에 비해 평균 70% 이상이란 의미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방암, 난소암, 같은 여성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늘면서 단순한 생존 연장을 넘어 치료 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출산 경험이 없는 가임기 여성은 암이 완치돼도 임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유방암은 20~30대 가임기 여성이 13.4%가량 된다. 문제는 유방암을 치료할 때 흔히 시도되는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난소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재발을 막기 위한 호르몬치료 동안은 임신을 할 수 없다. 암치료가 끝나고 이미 난소기능이 저하되거나 폐경이 되어 2세 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처음부터 난소기능, 즉 가임력 보존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 암 치료 전 ‘가임력 보존’ 계획 세우면…임신·출산 성공률 향상

현재 결혼해서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시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난소기능 보존 방법은 배아동결이다. 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 난포자극호르몬 주사를 통해 2주가량 과배란을 유도한 다음 난자를 채취하고, 시험관 시술로 배우자의 정자와 수정시킨 뒤 수정된 배아를 동결해서 보관한다. 암치료가 끝나면 동결한 배아를 이식할 수 있다. 물론 이론처럼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암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임신을 고려할 여유가 없다. 유씨 역시 수술까지 남은 기간이 빠듯한 데다 곧장 방사선치료가 예정돼 있었기에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했는데, 외과와 산부인과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맞춤형 계획을 세운 덕분에 수술 전 배아동결을 해둘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정된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마치고보니 난소기능 저하에 정자 기능 저하까지 겹쳐 체외수정 시술이 쉽지 않았다.

유씨는 "재발을 막으려면 서둘러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시험관아기 시술이 두 번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막막했다"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도해 보자는 주치의 교수님의 말이 아니었다면 임신을 포기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수술 전 동결해둔 배아로 체외수정을 시도해보자"고 한 시간 가까이 설득한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유씨 부부는 마지막 시도에서 기적처럼 '푸름이'(태명)를 만났고 올 2월 소은이를 품에 안았다. 절망 속에서 시작된 이 교수와의 인연이 이들 가정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보물을 안겨준 셈이다.

◇ 다양한 특성화 병원 통해 암 전문치료…가임력 보존까지

이대목동병원은 양천구에서 유일하게 체외수정 및 난자 냉동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이다. 진료과 간 유기적 협진 체계를 갖추고 암환자 개개인의 치료일정에 맞춰 가장 빠르고 적절한 가임력 보존치료를 제공하고 있다다. 암치료 계획 수립부터 임신, 출산까지 전 과정이 한 병원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암 진단과 난임으로 이중고를 겪는 환자들을 돕고자 직통 번호를 공개하고 밤낮 없이 소통하고 있다.

유씨처럼 긴박한 치료 일정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ㄴ내려야 하는 환자들의 전화를 놓칠까봐 무전기 만한 핸드폰을 집에 갈 때도 챙겨간다. 그는 "처음 암진단을 받고 낙담했던 분들이 ‘치료를 잘 받고 꼭 회복하겠다’며 치료 의지를 다지거나 동결된 난자와 배아를 보며 힘든 암치료를 이겨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오히려 힘을 얻는다"며 “가끔은 언니처럼, 이모처럼 소통하면서 암극복과 임신, 출산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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