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부르는 ‘보사노바 뮤즈’ 리사 오노…“8년만의 신보도 준비 중”

2025-12-03

아버지는 음악을 사랑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며 유명 기타리스트 바덴 파웰(1937~2000)의 에이전트 일을 도맡았다. 부친을 따르던 소녀가 기타를 잡게 된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처음엔 생일 축하 노래를 녹음해, 자신의 오랜 친구인 가사도우미에게 선물했다. 녹음된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어색하면서도 좋았다. 그 때부터 줄곧 소녀는 가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사노바의 뮤즈’ 리사 오노(63)의 어릴 적 이야기다. 포르투갈어로 새 물결이란 뜻의 보사노바는 브라질에서 기원한 음악으로 삼바 리듬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1999년 음반 ‘Dream’은 보사노바가 낯설던 아시아 지역에서만 20만장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에선 ‘아이 위시 유 러브(I wish you love)’, ‘유 아 마이 선샤인(You are my sunshine)’, ‘프리티 월드(Pretty world)’ 등 그가 보사노바로 편곡한 팝송, 재즈들이 광고 등에 쓰이며 사랑 받았다.

지난 5월말 한국에서 13년만의 단독 콘서트를 전석 매진시켰던 그가 6개월 만에 돌아온다. 오는 6일과 10일 울산과 서울에서 ‘보사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다. 이번 내한을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그는 “보사노바는 여름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크리스마스를 앞둔 한국 관객에게 보사노바로 변주된 캐롤로 아름답고 로맨틱한 밤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공연에선 한국인만을 위한 곡도 연주할 예정이다.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다. 그는 “지난 5월 공연에서 관객들이 감동 받았다는 반응이 많아, 또 한 번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리사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 태어나 10살 때까지 살았던 브라질, 그리고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12살이 된 그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또 한 번 도쿄 시내에 브라질식 라이브 클럽을 열었다. 15살부터는 아버지의 가게에 있는 무대에 서게됐다. 본격적으로 소공연장, 클럽을 돌며 노래하던 그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활동하던 음반사 ‘MIDI’에서 녹음 제의를 받으며 첫 음반을 취입했다. 포르투갈어로 부른 음악들이 담긴 첫 앨범 ‘카투피리(Catupiry, 1989)’였다. 당시 일본에서 제3세계 음악 붐이 불면서, 리사 오노는 곧장 보사노바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보사노바의 전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1927~1994)과의 인연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1994년 그의 곡 ‘에스트라다 블랑카(Estrada Branca)’을 부르고 싶다는 요청으로 시작된 인연은, 그의 사후에 발매된 10집 ‘보사 카리오카(Bossa Carioca)’(1998)까지 이어졌다. 조빔은 그와 공동작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떴지만 조빔의 아들과 손자인 파울로·다니엘 조빔은 보사 카리오카 앨범 녹음에 참여했다.

“조빔은 놀랍게도 저를 집으로 초대해주고, 기타리스트인 그의 아들 파울로 조빔, 플루티스트인 손자 다니엘 조빔과의 녹음을 주선해줬죠. 정말 친근하고 즐거운 분이었어요. 큰 나무 옆 그랜드 피아노, 그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가운데 함께 노래를 불렀던 기억은 정말 잊히지 않아요.”

그는 대를 이은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제 딸은 한국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를 좋아하는 여고생이에요. 제2외국어도 한국어를 선택했을 정도랍니다. 덕분에 공연이 없을 때도 한국에 종종 오게 됐죠. 그 이전엔 제 할아버지가 한국과 인연이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2차 대전에 참전했었는데, 당시 한 한국인을 구했죠. 그게 주일 대사 등을 지낸 고(故) 최경록씨였대요.”

어느덧 리사 오노는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목소리만큼은 그의 음반에 녹음된 젊은 시절에 멈춰있다. 포근하고 따뜻한 그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잠”이라는 맥 빠진 답이 돌아왔다. 수능 만점자가 비결로 “교과서 위주 공부”라고 답한 것 같은 느낌. “스쿼트, 가벼운 조깅도 같은 운동도 필요하지만 잘 자는 것, 기분 좋게 생활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해요. 사실 저는 음악을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내년엔 조빔 탄생 100주년 기념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8년 만의 신보다. “보사노바의 매력은 잔잔한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연주되는 기타 소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녹음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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