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1일 일본 내각제 도입 이후 140년 만에 첫 여성 총리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한 달은 흥미진진한 정치 드라마다. 다카이치 총리가 존경하는 정치인인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 못지않다.
‘여자 아베’라는 별명이 정치인생에 따라다녔지만, 다카이치의 취임 후 행보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루 수면시간 4시간 미만의 ‘워라밸 포기녀’ 다카이치는 하루를 이틀처럼 썼고, 앵커 출신답게 본방 사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첫 여성 총리의 한 달
재정 확대, 정치개혁에 국민 지지
중·일 갈등 속 트럼프 ‘배신’ 변수
정치 드라마 ‘다카이치’는 일본 유신회와 연립정부를 구성한 소수 여당 출신 총리로서 권력을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다카이치는 총재 선거 경쟁자들을 방위상, 총무상, 외무상에 임명해 당내 권력 기반을 다졌다. 그는 첫 여성 총리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감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다. 취임 후 첫 지지율은 66%(NHK 조사).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81%),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72%)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
높은 지지율 유지는 총리직 수행의 유일한 동력이다. 다카이치는 이를 위해 국민이 선호하는 정책을 바로 밀어붙였다. 경기 부양을 위한 역대급 추경 예산안(약 17조 엔)과 감세 추진, 정치 개혁을 위한 국회의원 정원 감축(10%)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총리, 장·차관, 정무관을 맡은 국회의원에게 세비와 별도로 지급하던 급여 중단을 선언했다. 오히려 야당 대표들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급여 인하 싸움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만류했는데, 관련 법안을 연내 처리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초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도 재밌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지만, 다카이치는 정책 효과가 낮은 정부 보조금을 없애 예산 낭비를 줄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 면에서 다카이치의 한 달은 미·일 동맹 강화와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요약된다. 취임 일주일 만인 10월 28일 일본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선 아베 총리에 대한 추억을 십분 활용했다.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있는 조지워싱턴호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오른 다카이치는 이렇게 말했다. “6년 전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함께 손을 잡고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라고. “일본은 근본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며 트럼프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도 날렸다.
흥미로운 점은 이재명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것이다. 아마도 다카이치의 눈은 이미 중국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한·중과 동시에 불편하게 지내는 것은 그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으리라. 결과는 좋았다. 첫 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도 “앞으로 자주 만나야겠다. 한·일 관계가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드라마 ‘다카이치’ 시즌 1의 클라이맥스는 막 시작했다. 그의 대만 유사(有事)시 집단자위권 행사 발언 편이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다카이치는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새벽 3시에 출근해 국회 답변을 준비한다는 그가 말실수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성공적으로 ‘3대 안보 관련 문서’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다)을 개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만 카드를 꺼내 들었을 수 있다. 중국의 위협이 커질수록 일본 국민의 찬성 여론은 올라갈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발언 이후에도 그의 지지율은 72%(요미우리), 65%(마이니치)로 고공 행진 중이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25%만이 대만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모든 드라마엔 위기가 있다. ‘치밀한’ 다카이치도 복병을 만났다. 한 달 전 경주 정상회담에서 미·중 갈등을 봉합한 트럼프가 다카이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트럼프가 최근 미·중을 G2(주요 2개국)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태평양을 동서로 분할해 서로 세력권을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캐나다나 유럽처럼 동맹인데도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트럼프에게 배신당하는(trumped)’ 현상이 과연 다카이치에게 일어날까.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 사태가 그랬듯이, 중·일 갈등은 장기전이다. 아무래도 드라마 ‘다카이치’ 시즌 1의 결말과 시즌 2의 모티브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일의 총성 없는 전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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