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륭한 기술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현지에서 실행할 수 있는 구조와 사람이 함께 있어야 진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박종석 킬사글로벌 공동대표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에 이같이 조언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킬사글로벌은 숨은 기술기업 글로벌 전환을 목표로 하는 실행형 사업화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컨설팅이나 투자기관이 아니라, 현지 조직과 자본을 직접 투입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공동 설계·운영하는 'GBB(Global Business Building)' 모델을 구축했다.
박종석 대표는 “세계화 1.0이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 '상품화'시대, 2.0이 인터넷과 플랫폼 '플랫폼화' 시대였다면, 이제는 서비스 중심성과 현지화, 즉 'Serviceability' 시대”라면서 “단일한 제품과 메시지로 여러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도시·산업·사용자별로 세분된 수요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5th미디어'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공동 창업한 뒤 IBM코리아, 애플, 삼성전자, 후지제록스 아시아본부 등을 거쳐, 2015년 싱가포르에서 킬사글로벌을 창업했다. 초기에는 해외진출 컨설팅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전략·실행·투자를 결합한 GBB 모델로 진화했다.
킬사글로벌은 싱가포르 본사를 중심으로 한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미국·중국·호주·UAE 등 글로벌 주요 시장과도 협력망을 구축했다. 지난 10년간 200건 이상 정부 및 대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연간 15개 이상의 잠재 유니콘 기업과 글로벌 사업을 공동 운영 중이다.
그는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에서 투자·정보·운영 등 세 가지 리스크를 지적했다.
박 대표는 “사업성 검증 없는 법인 설립은 자원만 고갈되고, 검증되지 않은 현지 인력 채용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지 인력 관리나 수익 구조 설계는 본사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단순 자문이 아닌 실행을 함께할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킬사글로벌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G)'가 꼽힌다. 2022년 싱가포르 정부 인증 확보와 연구기관 협력을 이끌었고, 2024년에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합작법인 A2G를 설립했다. A2G는 한국 기업 처음으로 싱가포르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해 공공도로 자율주행 셔틀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 UAE 최대 인공지능(AI) 기업 Space42와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법인 설립 및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사례는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니라 현지 정부 프로젝트 수행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시장을 만든 모델”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DNA를 갖춘 기업으로 변모한 대표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향후 회사 확장 계획을 언급하며 “현재 동남아 6개국 법인을 운영 중이며, 향후 5년 내 중동과 미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향후 10년은 GBB를 글로벌 스탠더드 모델로 고도화하고, 데이터 기반 운영 플랫폼과 투자 펀드 조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