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천장사 하나"…또 논란터진 '친명' 외곽조직

더불어민주당의 친이재명계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8일 개강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 ‘이재명 정치학교’에 관해 민주당 조직국이 공문을 통해 “당과 무관하며 공천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으면서 뒷말이 커졌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수강료가 30만원인 데다 ▶입학 자격 중 하나가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이고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당 지도부 인사가 강사진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친명 조직의 공천 장사”라는 부정적인 해석을 낳았다.

혁신회의는 2023년 6월 4일 당시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던 강위원 전라남도 경제부지사 주도로 출범했다. 검찰이 당시 민주당 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후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일부 이탈표가 확인되는 등 이 대통령의 당내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을 때였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자’는 목표 아래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정치인과 일부 당원 100여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원외 조직이었다.

혁신회의는 온라인으로 상임위원을 모집한 결과 금세 2000~3000명이 가입하면서 급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혁신회의는 출범 한 달 뒤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승리를 위해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역 의원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3선 이상 국회의원의 경우 같은 지역구에 재출마하면 경선 득표율을 50% 감산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내놓아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당 내부의 반감을 샀다.

그런 가운데 혁신회의 출신 인사들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공천권을 행사한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거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김우영·김현정·윤종군·이광희·이재강·황명선 의원 등 무려 35명이 당선됐다. 총선 이후 재선·중진 의원들의 가입도 이어지면서 한때 현역 의원 수가 44명(현재 41명)에 이르는 원내·외 최대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1기 때 3000명 수준이었던 상임위원 수도 2·3기를 거치며 5000명 수준으로 늘었다. 그만큼 “혁신회의를 해체해야 한다”(지난해 8·18 전국당원대회 김두관 대표 후보)는 주장 등 견제도 늘었다.

이후 혁신회의에는 특유의 강성 이미지에 대한 우려와 계파 정치를 부추긴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한국과 관세 협상 중인 미국을 겨냥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9월 26일), “동맹의 탈을 쓴 도둑질이며, 대한민국을 경제식민지로 전락시키려는 파렴치한 만행”(9월 29일) 등의 논평을 내 논란이 됐다. 이에 대선 기간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사무국 문을 잠시 닫고, 원내나 캠프보다는 이 대통령의 형사 사건 탄원이나 조희대 사법부 규탄 서명운동 등 원외와 지역 조직활동에 집중해 왔다.

그러던 혁신회의가 지방선거 전 공개 움직임을 보이자 조직 안팎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난해 총선과 지난 대선 승리로 혁신회의의 역할은 끝난 것 아니냐”며 “그 구성원들은 정치적 목표를 갖고 모였기 때문에 지방선거까지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혁신회의 소속 의원은 “혁신회의는 중요한 고비마다 단시간에 100만인 서명을 받아내는 등 노력과 봉사만 했을 뿐 대선 과정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배제됐고, 정기적인 원내 모임도 없다시피 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소기의 목표를 이뤘지만, 하나의 정치 조직으로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방향을 논의하고 정치적인 훈련을 도모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혁신회의는 이재명 정치학교 수강생(1000명)이 1인당 지역 유권자 100명씩 인터뷰해 총 10만 건의 정책 제안 등 의견을 수렴하는 ‘위대한 국민 10만 인터뷰’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 대학 인공지능(AI)연구팀과 협업으로 인터뷰 결과를 분석해 6·3 지방선거에서 혁신회의 차원의 공통 의제와 공약을 도출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혁신회의 관계자는 “당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혁신적 시도에 긍정적인 평가를 바랐는데 세력화라는 지적을 받으니 서운하다”며 “오히려 순수한 마음으로 혁신회의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각 지역위원회에서 배제되거나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