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 중 뇌질환 질병으로 쓰러진 전직 국회의원이 정부를 상대로 치료비를 청구한 사건에서 정부가 치료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치료비 등 청구 소송에서 정 전 의원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경기 고양을)한 정 전 의원은 2018년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집무를 보던 중 뇌혈관이 막히는 등의 증상으로 쓰러졌다. 장기간 입원 및 재활치료를 받은 정 전 의원은 2020년 6월 3일 중증장애인으로 등록됐다. 이후 21대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됐다.
정 전 의원은 2024년 9월 국회 사무처에 “직무로 인해 재해를 당했고 그로 인해 신체장애인이 됐다”며 치료비 4794만원과 6개월분 수당 608만원 등 5402만원을 청구했다. ‘의원이 직무로 인해 신체에 상해를 입은 때에는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고, 그 상해로 신체장애인이 된 때에는 수당의 6개월분 상당액을, 그 상해 또는 직무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때에는 수당의 1년분 상당액을 지급한다’(국회의원수당법 10조)는 규정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총장은 “이 사건 재해는 치료비와 수당 지급 사유인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상해 아닌 질병에 해당"
재판부 역시 “국회의원수당법에 규정된 ‘상해’는 질병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사건 재해는 상해가 아니라 질병에 해당한다”며 국회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상해(傷害)는 ‘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 또는 상처 그 자체’를 의미하고, 질병(疾病)은 ‘몸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되어 건강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의미한다”면서다.
법 조항상 “수당 1년분 지급의 요건에 관해 ‘상해 또는 직무로 인한 질병’이라고 하여 ‘상해’와 ‘질병’을 병렬적으로 사용하면서 양자를 서로 다른 요건으로 열거하고 있는바, 문언상으로도 질병이 상해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중첩되지 않는 별개의 보상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단순히 신체에 상처를 입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의 기능에 장애를 입는 것도 상해에 포함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위와 같은 해석은 형법상 ‘상해’의 개념에 관한 것으로, 보호법익과 적용 영역이 전혀 다른 이 사건 법률의 ’상해‘ 개념 해석에 있어 위 해석이 그대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상법과 보험업법 등 상해와 질병을 일정한 급여의 지급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에서는 질병을 상해에 포함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 10조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