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빗사위’는 ‘고비 중 가장 큰 고비’ 영어로 ‘클라이맥스(Climax)’를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세계적인 영향력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영화(film)’의 사전적 정의는 “빛을 이용해 스크린에 빠르게 연속적으로 투사되는 스틸 사진의 시리즈”다. 일반적으로 대중예술로서의 영화는 이 정의에서 볼 수 있듯 몇 가지 요소를 충분조건으로 갖는다.
빛을 비출 수 있는 스크린의 여부 그리고 이를 돈을 지불하고 봐줄 수 있는 관객의 여부다. 그래서 그 하위 구분으로 제작의 3요소로 ‘촬영’ ‘연출’ ‘편집’, 기술의 3요소로 ‘필름’ ‘스크린’ ‘관객’ 등을 성립요건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를 근간으로 한 영화,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토양으로 만들어지는 ‘한국 영화’는 올해 중대한 도전의 기로에 섰다.
우선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이 스크린이 있는 영화관 밖으로 튀어 나가 개개인의 디바이스로 옮겨갔으며, 촬영이나 연출에도 근본적으로 변화가 생겼다. 생성형 AI의 시대에 굳이 뷰파인더가 없이도 만들어진 배우들이 움직이고, 따라서 대본을 분석하고 연출자와 상의를 할 주체인 ‘배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도 다가온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에는 플랫폼이나 제작 시스템의 변화가 기존의 누적된 병폐와 만나 더욱 극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는 단순히 ‘1000만 영화의 실종’, ‘중급 영화의 실종’ 등 수치로 드러나지만 더욱 무서운 요소들은 그 뒤에 있다. 우리는 정말 내년부터 ‘영화’가 없는 한국 영화를 맞이하는 해를 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 박스오피스는 예년과 다르게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띠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가 25일 기준(이하 동일기준) 703만명을 기록해 2025년 개봉작 중 유일하게 700만 고지를 밟았다. 2위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성편’이 568만, 5위 ‘극장판 체인소맨:레제편’이 342만으로 5위권 중 3편이 애니메이션이었다.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에 박스오피스 연간 1위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바뀐들, 한국 영화에는 크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한국 영화로는 필감성 감독의 ‘좀비딸’이 500만을 겨우 넘겨 체면치레했다. 강하늘, 유해진 주연의 ‘야당’이 337만,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294만으로 10위권에 들었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등 거장들의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박찬욱 감독 역시 이례적으로 흥행에 욕심을 냈지만 대중의 평가는 냉정했다.

OTT 플랫폼의 성장과 관객들의 시청 패턴 변화 그리고 ‘홀드백(영화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주기)’의 단축으로 이제 관객들은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영화관에 가지 않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극장 개봉작들을 침대에 누워 관람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제작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코미디나 액션 등 검증된 장르로의 편향이 이어졌고, 도전과 실험은 사라졌다.
결국 관객이 없어서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작품이 없고, 작품이 없으니 관객이 없어지는 완벽한 ‘악숙환’이 이어졌다. 여기에 극장사 간의 통폐합 등으로 줄어드는 스크린 수, 생성형 AI로 인한 CG(컴퓨터그래픽), 촬영, 편집 등 스태프들의 자리가 위협받는 창작 패러다임의 변화도 한국 영화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때부터 털어내던 ‘창고 영화’들이 소진되는 내년은 투자되는 작품도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실정이라 진짜 위기라는 두려움이 있다.
관객이 찾아오지 않으니 ‘스크린’이 사라지고, 더이상 필름이 아닌 각종 전자기기로 영화를 보니 ‘필름 프린트’도 사라진다. AI의 공습으로 배우나 촬영 스태프도 사라질 우려가 있다. 정말 내년부터 한국 영화는 영화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영화라고 할 작품들이 진정 사라질 위기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를 단순히 하나의 산업이 다른 산업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인가. 극장에서 관객들이 떠나고, ‘팬덤’이 확고한 공연실황이나 애니메이션이 그 자리를 채우는 광경을 인정해야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은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판에서 움터 자랐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
지금 10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보면 OTT도 TV도 역시 ‘한물간’ 매체다. 이들은 20분의 영상도 길어 단 15초의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인류들이며, 앞으로 10~20년 후 영화 소비의 중추가 될 이들을 극장으로 끌어내려면 팬덤이든 시각적 경험이든 꼭 푯값을 들여야 할 마땅한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 꾸미고 초대하면 객석을 채울 거란 기대는 순진해졌다.
과연 올해의 상황을 보고 내년에도 한국 영화가 ‘영화’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한때 한국은 인도나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몇 안 되는 자국 영화로 할리우드의 파고를 넘던 나라 중 하나였다. 빠르게 발전하듯 쇠퇴도 빨랐다. 2026년 한국 영화는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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