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주의 소리를 배우며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 (1)

2025-02-1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4회 노은주의 <흥보가 완창발표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이날 무대는 전문가, 애호가, 친지 등 관객들로 만원이었으며, 객석은 그가 안내하는 소리판으로 빠져들먼서 큰 손뼉과 추임새, 환호 속에 대성공이었다는 이야기, ‘놀보의 심술대목’, ‘흥보의 돈타령’, ‘중이 집터 잡아주는 대목’, ‘박씨를 물고 날아오는 제비노정기’, ‘흥보 아내의 가난타령’, ‘박타령’, ‘비단타령’, ‘화초장타령’ 등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판소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이러한 대목들을 별도의 주제로 삼아 토막 소리극으로 꾸며서 교육자료나 감상자료로 활용한다면, 판소리에 대한 이해나 교육, 애호가 확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야기를 바꾸어 이번 주에는 노은주의 소리를 좋아해서 그에게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발표무대를 만들었다는, 곧 제1회 노은주 제자발표회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쓴이는 평소, 국악이 나라의 음악으로 자리를 잡고,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관심과 애호를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활동들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기회가 있는 대로 주장해 왔다.

관련하여 국악전문가나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히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제시해 왔다.

간단하게 요점만 강조한다면, 전문국악인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전문 행정인들은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공간이나 홍보물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점, 그 결과 어려서부터 생활 속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만나고 즐기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수없이 주장해 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주장이 생각대로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그래도 다행한 점은 이 어려운 문제들을 각자의 영역에서 말없이 실천해 오고 있는 국악인들이 있다는 점에서 다소 희망적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은주 명창이 펼치고 있는 활동, 곧 애호가 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활성화 해 나가고 있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그 현장 속의 이야기를 잠시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젊은 소리꾼, 노은주는 오래전부터 젊은 학생층이나 일반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판소리 동호인 모임을 만들어 지도해 오고 있어서, 그의 판소리 사랑이나 판소리에 관한 열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바로 지난해 12월 5일, 국가무형유산 전수교관에서 은사모(노은주를 사랑하는 모임) 주최로 열린 <제1회 노은주 제자발표회>다. 이 행사는 평소 판소리 저변을 확대하는 작업에 관심을 표명해 온 전문가를 비롯하여 판소리 동호인이나 애호가 집단, 회원들의 가족, 친지 등등이 객석을 메워 화제가 되기도 했던 행사였다.

발표회에 참가한 회원들은 소리에 김성애, 김영범, 박경희, 박효순, 백지수, 서은선, 이오규, 이은주, 이효행, 임우혁, 임윤정, 정덕균, 황다솜 등이 무대에 서서 단가 <만고강산>을 시작으로 흥보가 가운데 <대장군방>, <저 아전>, <흥보마누라 나온다>, <얼씨구나 절씨구>, <화초장>, <이때 춘절>, <갈까보다>, 단가로 <사철가>, 그리고 춘향가의 <사랑가>와 <쑥대머리>, 심청가 중, <눈 뜨는 대목> 등을 발표하였다,

마지막은 남도민요로 <흥타령>, <남원산성>, <진도아리랑>을 출연자 전원이 나와 불러주었으며 특별출연에는 노은주 명창, 전국 고수(鼓手)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최광수 명인, 대금 반주에 이웅렬, 아쟁은 김성근 명인들이 참여해 주었다.

이들 동호인이 펼친 당일의 기량이나 수준에 관한 평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어려운 소리가 좋아서 이를 배워 스스로 무대에 섰다는 그 용기나 패기는 매우 높게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이다. 그 긴 사설이나 가사를 암기한다는 자체도 어려운데, 그 위에 가락을 얹고 장단을 타면서 아니리와 발림을 연출한다는 경험은 무대에 서보지 않은 사람들을 결코 그 높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들에겐 대단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경험은 다음에 이어질 두 번째 발표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경험으로 자리할 것으로 믿는다. 발표회를 끝내고 글쓴이를 만난 임우혁 출연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북을 앞에다 두고, 친구분들과 늘 부르셨던 시조나 판소리가 제 귀에 항상 쟁쟁했어요, 제 나이 60이 넘어서야 겨우 용기를 내어 노은주 선생님을 찾아가서 소리공부를 시작한 지 2년여가 되었습니다. 신나고 즐겁게 소리도 배우고 덤으로 친구들과 우정도 나누게 되니 그 시간들이 행복합니다.

처음 <진도아리랑>을 배웠는데, 듣기와는 달리, 부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손말틀(휴대폰)로 녹음해서 차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때, 또는 집에서 계속 듣고 따라 불렀습니다.

이번 발표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 저는 가사도 잘 안 외워지고, 음도 잘 안 맞아서 산에 올라가 혼자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 앞에만 가면 또 긴장되어 틀리는 거예요. 어떤 때는 꿈속에서도 틀린 부분을 계속 연습하고 있지요. 집에서는 식구들 눈치 보느라 이어폰 꼽고 녹음으로 배를 북 삼아 장단을 맞추어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어렵지만, 매일 매일 새로운 부분을 배운다는 그 자체가 왜 이렇게 나를 기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나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판소리 덕분에 요즘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기만 합니다. 노은주 명창님께 감사하고 있어요,”(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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