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데이비드 이(37)의 아버지는 합창 지휘자, 어머니는 성악가다. “노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자기 소개를 했다.
“대학생 시절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크리스마스 캐롤 공연 무대에 선 적이 있어요. 합창단에서 베이스를 맡아 캐롤을 불렀죠.” 이 경험에서 그는 청중을 살펴보게 됐다. “그 공연에 온 사람들은 오케스트라의 브람스ㆍ말러 청중과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렇게 다양한 시민을 위해 공연이 필요하구나라고 느꼈죠.”
노래에서 시작한 음악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무대로 뻗어나갔다. 독일 바이마르, 미국 예일 대학과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그리고 2020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취임한 후 청중에게 가까이 가는 기획을 시도했다. 친절한 해설이 함께 하는 ‘퇴근길 토크 콘서트’, 대형 야외 공연인 ‘강변 음악회’, SM엔터테인먼트와 콜라보한 ‘빨간 맛’ 연주 등이었다. “클래식에 관심 없는 청중에게 오케스트라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이비드 이가 5년간의 부지휘자 활동을 마감하고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자리를 옮겼다. 이달 임기를 시작해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취임 공연을 연다.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오케스트라를 일구려 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은 이래야만 한다고 정의하는 걸 싫어해요. 보스턴에는 보스턴 심포니와 팝스 오케스트라가 있고 각각 정통 클래식과 대중적 음악을 하죠. 그런데 단원들은 거의 같은 사람들이에요. 유연하게 제대로 두 장르 모두 발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죠.” 데이비드 이는 이를 위해 오케스트라가 학교ㆍ병원 같은 지역 밀착형 공연을 많이 해야하고, 또한 콘서트홀에서의 정기 연주회 횟수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오케스트라와 적응 기간인 지금 그가 찾은 돌파구 역시 노래다. “음악 작품을 오케스트라와 시작할 때 제 머리 속에서도, 리허설에서도 늘 노래에서 출발해요. 다양한 악기를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고민할 때 사람의 호흡과 발성에서 생각해보는 거죠. 저는 리허설에서 노래를 많이 하는 지휘자 중 하나예요.” 그는 지휘를 공부할 때도 성악 전공 학생들의 피아노 반주를 도맡아했던 경험을 전했다. “특히 슈만 ‘시인의 사랑’,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같은 가곡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죠.”
강남 심포니와 세운 새로운 계획에도 합창 음악이 들어있다. “12월에 모차르트 레퀴엠을 하려고 해요. 사람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로 들어보는 무대죠.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영원함을 염원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한계와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모차르트 레퀴엠을 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인 7번과 함께 무대에 올리는 특별한 조합을 예고했다. 또 “언젠가는 베르디 레퀴엠도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데이비드 이와 강남 심포니의 첫 정식 연주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브람스 교향곡 1번과 더불어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함께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