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리더십의 비밀

2025-12-04

올 시즌 프로야구와 관련해 스포츠 기자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염경엽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오랜 기간 우승 갈증에 시달리던 LG 트윈스가 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최근 3년간 두 차례나 통합우승하는 마법을 선보였으니 궁금증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염 감독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시스템이다. 감독 스스로도, 그를 잘 아는 야구계 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시스템의 힘을 언급한다. 코칭스태프부터 선수까지 구성원별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설정한다. 각자에 대해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뒤따르는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지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완성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도중에 나사 한두 개쯤 빠지더라도 별 탈 없이 굴러간다는 게 염 감독의 지론이다.

‘염경엽표’ 시스템의 핵심은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운영 방식에 있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큰 틀의 방향성만 던져준 뒤 저마다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린다. 이와 관련해 염 감독은 “아무리 진심을 다 쏟더라도 선수나 코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순 없다”면서 “실패하고 깨닫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까지도 모두가 각자의 속도와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향을 제시할 땐 지시 대신 질문을 한다. 훈련장에서, 더그아웃에서 조용히 한마디 툭 던지는 짧은 질문 하나가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염 감독은 “지시는 명령이고 질문은 대화다. 질문의 답을 찾으며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능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특유의 담백한 언어는 의미를 담은 메시지로 작동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결과보다 과정” “실수는 실수일 뿐” “오늘의 기분은 오늘까지” 등이 단골 멘트다. 감칠맛이 부족하지만, 팀 구성원들에겐 일용할 양식이 된다. 매일 열리는 경기 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방지하고 다음 일정에 집중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카리스마를 앞세우거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정답을 알려주지도 않는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하는 건 ‘통제를 이기는 자율’의 힘을 믿은 결과다. 그는 팀 운영의 초점을 선수들과 코치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것에 맞춘다. 이끌지 않고 정답을 함께 찾아간다. 강하게 움켜쥐는 대신 단단하게 받친다.

말과 글로 접하면 더할 나위 없이 멋있지만, 막상 실천하긴 어려운 게 염경엽 리더십의 단점(?)이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동료나 후배를 보면 “아 그게 아니고!”부터 외치고 싶은 우리들에게 묵묵히, 천천히, 스스로 같은 단어들은 어쩐지 어색하다. 몸 관리하면 건강해지고 웃으면 복이 오는 걸 알면서도 해로운 습관을 끊지 못하고 툭하면 얼굴 찡그리는 게 우리네 일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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