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은 그리움과의 싸움··· ‘더 나은 내년을 위해’ 21세 곽도규의 각오

2025-12-03

KIA 좌완 곽도규는 지난 4월11일 SSG전 구원 등판했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2실점 했다. 이후 그는 1군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팔꿈치를 다쳤다. 왼쪽 팔꿈치 굴곡근 및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일본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재활 중이다.

지난달 말 전남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곽도규를 만났다. 곽도규는 동기생 윤영철과 재활조에서 함께 훈련하며 내년 복귀를 준비 중이다. 내년 6월 복귀 전망도 나오지만, 정확한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곽도규가 말하는 재활은 자기 의심 그리고 그리움과의 싸움이다. 반복되는 재활 프로그램을 이어가다 보면 매일이 전쟁이나 다름없는 1군 마운드가 그립다. 보직 특성상 그런 감정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곽도규 같은 필승조는 경기 향방을 가르는 승부처 등판이 잦다. 마운드에 오르면 도파민이 터져 나온다. 곽도규는 “오늘의 대역죄인이 내일은 영웅이 될 수 있고, 그런 매일을 거치면서 반성과 발전이 있다고 느낀다. 잘 못 던지고 나면 당연히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도 많이 그립다”고 했다. 잘했든, 못했든 실전 마운드에 오르고 나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바탕으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쳐야 할 점도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아무래도 재활 과정에서 그런 걸 바라기는 쉽지 않다. 곽도규는 “축 처져 있는 건 아니다.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훈련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곽도규는 프로 2년 차가 되던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71경기에 나가 4승 2패 16홀드 2세이브에 평균자책 3.56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는 4경기에 나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같은해 11월 프리미어12 대회 때 대표팀에도 발탁이 됐다. 그때만 해도 지금 같은 감정은 생각하지 못했다. 곽도규는 “야구선수는 전과 똑같으면 욕먹는 직업이니까, 늘 바뀌어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게 가끔은 지치기도 했다. 어떨 때는 목적 없는 실행, 단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늘 발전을 생각해야 했던 그때가 더없이 그립다.

힘든 재활을 이겨내기 위해 곽도규는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 팀 재활 훈련이 끝나고 야간에는 매일 따로 러닝을 했다. 곽도규가 ‘러닝 선호자’는 아니다. 반대에 가깝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다른 훈련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활 기간 러닝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곽도규는 “재활에 성공하려면 내가 싫어하는 것부터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계속 러닝을 하면서 야구를 보는 관점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곽도규는 매일 달리는 중이다. 광주에서는 광주천변을 따라 달렸고, 함평으로 넘어와서는 팀의 러닝 코스를 따라 달린다.

머릿속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재활을 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곽도규는 “(윤)영철이한테도 말을 했는데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 수술하고 얼마 뒤까지는 지금 던져도 초구 150㎞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에 그려졌는데, 정말 하루아침에 실이 끊어지듯이 그 감각이 사라지더라”고 했다. 지금은 간신히 그 이미지를 되찾았다. 한번 찾은 이미지를 놓지 않기 위해 매일 공 던지는 상상을 한다. 실제 공도 던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거리를 늘려갈 계획이다.

한 번씩 파도처럼 찾아오는 허탈함도 이제 떨쳐내 가는 중이다. 재활 초반만 해도 그저 멍할 때가 있었다. 복잡한 생각들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곽도규는 “지뢰찾기 게임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더라. 재활 초반에 일부러 지뢰찾기에 더 몰입했다. 머릿속에 야구 말고 다른 생각을 억지로라도 집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가 그런 옛날 게임을 아느냐고 했더니 요즘은 넷플릭스에서도 지뢰찾기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제는 지뢰찾기 고수가 다 돼서 필승 공식도 찾았다고 했다.

곽도규에게 재활은 그저 다쳤던 부위를 회복하는 시간이 아니다. 전보다 몸 전체가 더 완전해지고,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 진짜 재활이라고 생각한다. 재활 기간 박창민 트레이너 코치에게 들었던 말이다. 어떤 투수로 성장해서 돌아오고 싶으냐고 물었다. 구단 모기업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서 그런 걸까, 곽도규는 지난 시즌 자신을 ‘머슬카’에 비유했다. 터보 엔진을 달고 무서울 것 없이 질주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조작은 어려운 차다. 곽도규는 재활이 끝나면 “스포츠세단 같은 투수, EV6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한층 더 성숙해서, 훨씬 더 세련된 투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다. EV6는 KIA가 내놓은 최신 전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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