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

2025-12-03

이원후 심리상담사/칼럼니스트/논설위원

심각한 대인 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청년이 상담실을 찾아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불안 증세가 시작되어 상담받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만든 마음의 감옥에 갇혀 암흑 같은 세월을 보냈을 청년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 청년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 바로 ‘비움의 미학’이다. 이를 여러분께도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내 마음이 먼저 편해야 남들과의 관계에서도 편안해질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나를 해칠까 걱정하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내 안의 가시를 만든다. 그렇게 내 안의 가시와 상대방의 가시가 서로 부딪혀 피가 나고 상처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처들은 명상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 따라서 열악한 환경 일지라도 명상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 오늘 하루 겪었던 모든 일에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마음의 쉼터이다. ‘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왔는데, 여기서 절대 떨어지면 안 돼‘라는 집착이 현대인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삶의 질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이 평화가 찾아온다. 즉, 명상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먼저 명상을 통해 비우고 버리는 연습을 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그다음으로 생활 속 작은 습관에서부터 비움을 실천해보자. 첫째, 평소보다 조금 덜 먹기. 둘째, 무리하지 말고 일의 양을 조금씩 줄이기. 셋째, 저녁이나 이른 아침 편한 시간에 짧게라도 명상하기. 넷째, 나만의 공간을 찾아 잠시라도 눈을 감고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다섯째, 과도하게 힘쓰지 않고 1할 정도의 기운을 남겨두기. 치열하고 과열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숨 쉬고 버티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은 행동에서부터 덜어내고 비워내는 습관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나를 지치게 만든다. 진짜 내가 아닌 타인이 바라는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쓸수록 마음은 지치고 몸은 고장 난다.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든 이를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한발 뒤로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정 나를 위해 하는 조언인지 혹은 시기 질투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아무 이유 없이 하는 맹목적인 비난인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내가 걱정되어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에게는 ‘잘 보셨습니다. 잘못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겸손의 마음으로 대해야 나도 그 사람도 평화로워진다. 하지만 그러한 지적을 하는데 가시 돋친 말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까지 품을 필요는 없다. 그런 사람 대신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과 함께 하자.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부담을 비워내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만 지켜나가면 된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에 이르렀을 때 이생에서의 재산, 명예, 지위 그 무엇도 가지고 갈 수 없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는 이유는 진정한 부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은 끌어안으려는 욕심이 결국 나를 해친다. 많은 걸 채우기보다는 조금 덜 가지더라도 더 많이 웃고 나누면서 내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것이 곧 진정한 행복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비움의 미학을 깨우쳐 나를 지키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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