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생고기 식문화와 폴 고갱의 원초적 색채

2025-10-12

[전남인터넷신문]나주의 음식 문화에서 곰탕과 홍어가 깊은 역사성과 발효의 시간을 상징한다면, 생고기는 그와는 결이 다른 ‘날것의 진실성’을 보여준다. 특히 나주 생고기 문화는 나주평야의 일소 그리고 축산업 기반의 지역성과 함께 선홍빛의 원초적 힘을 품고 있다. 얇게 저민 고기가 양념과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맛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이는 음식이 단순한 섭취를 넘어 시각과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문화적 기호임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나주 생고기의 색채와 맛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회화 세계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고갱은 파리의 문명적 세련됨을 떠나 타히티의 원초적 삶을 찾아 나섰다.

그는 원시성과 자연스러움 속에서 인간 본연의 감각을 탐구하며, 강렬한 원색으로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나주 생고기 식문화 또한 가공과 발효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고기의 본질적 맛을 드러내며, ‘날것의 생명력’을 통해 인간의 미각을 깨운다. 이는 고갱이 화폭에서 추구한 원초적 색채의 에너지와 맞닿아 있다.

고갱의 대표작 「우리는 어디서 와서,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를 떠 올려보면, 화폭 속 인물들은 태고의 인간처럼 단순한 몸짓과 표정으로 존재하고, 색채는 문명적 정제보다는 자연의 본질적 힘을 담고 있다. 나주 생고기의 식탁 역시 화려한 조리나 장식을 배제한 채, 단순한 칼질과 양념만으로 고유의 힘을 드러낸다.

그 생고기를 둘러싼 식탁의 풍경은 도시의 세련된 레스토랑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 농촌의 축산업 기반에서 비롯된 생명력의 현장이다. 특히 나주 생고기의 선홍빛은 고갱이 즐겨 사용한 강렬한 원색 — 짙은 붉은색, 강한 노랑, 선명한 초록 — 과 상통한다. 고갱은 인위적 명암이나 사실적 묘사를 거부하고,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색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나주 생고기의 붉은 색은 인간의 미각을 직접 자극한다. 입안에서 퍼지는 육즙과 질감은 마치 화폭 위의 붉은 물감처럼 강렬하고 솔직하다. 고갱은 문명을 벗어나 원초적 자연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는 타히티의 여성과 풍경, 색채를 통해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의 감각을 노래했다.

나주 생고기 문화 또한 문명적 가공 이전의 ‘자연적 식감’을 보여준다. 익히지 않고 날것 그대로 먹는 행위는 인간 미각의 본능적 감각을 드러내며, 현대인이 잊어버린 감각의 원형을 되찾게 한다. 또한 나주 생고기는 공동체의 식탁 문화를 반영한다. 한우를 기르고, 도축하고, 생고기를 나누는 과정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지역 사회의 역사와 노동의 흐름을 품고 있다.

이는 고갱이 유럽의 개인주의적 예술관을 넘어 공동체적 삶과 원시적 세계관에 매료되었던 맥락과도 겹쳐진다. 따라서 나주 생고기 한 접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나주평야를 배경으로 한 일소와 축산문화, 도축과 유통, 공동체와 자연, 역사와 인간의 에너지가 응축된 문화적 상징물이다.

최근에는 생고기 문화가 많이 알려져 있다고는 하나 이방인의 시각에서 날고기를 먹는 행위는 다소 이질적이거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낯섦 속에 문화적 가치가 숨어 있다. 고갱의 그림이 당시 유럽 사회에 충격을 안겼듯, 나주 생고기의 날것 문화 또한 낯설지만 독창적인 미학을 지닌다. 음식이 단순히 입맛을 즐겁게 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정체성을 일깨우는 예술적 행위가 되는 지점이다.

따라서 나주 생고기는 고갱의 회화처럼 원초성과 강렬한 색채의 미학을 상징한다. 곰탕이 맑은 수묵화라면, 홍어가 발효의 교향곡이라면, 나주 생고기는 고갱의 화폭에 흩뿌려진 붉은 원색이다. 그것은 날것의 힘이자 본질의 색이며, 인간과 자연, 지역과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미학적 체험이다.

나주에서 생고기를 앞에 두고, 생고기를 먹는 것은 단순한 미식 경험이 아니다. 그것은 곧 고갱이 타히티에서 발견한 원초적 인간성과 마주하는 일이며, 색채와 맛이 만나 새로운 문화적 울림을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한 접시의 생고기에서 고갱의 화폭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음식과 예술이 얼마나 깊이 닮아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나주 곰탕의 풍미와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0-11).

허북구. 2025. 와인의 바디감과 나주 홍어 풍미 미학.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0-08).

허북구. 2025. 프랑의 요리 맛 언어로 풀어낸 나주 홍어의 풍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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