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천위지지재와 보천욕일지공이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함께 싸웠던 명나라 장수 진린이 한양에서 선조 임금을 만났을 때 이순신에 대해 한 말이라고 한다. 경천위지지재(經天緯地之才)와 보천욕일지공(補天浴日之功)은 각각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재능’과 ‘찢겨진 하늘을 꿰매고 흐려진 태양을 깨끗이 씻긴 공로’라는 뜻이다. 한 사람에 대한 최고의 극찬이지 싶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순신에 대한 호평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성스러울 성(聖)자가 들어간 ‘성웅’이고, 무인인 장군임에도 전통 시대 문인에게만 주어졌던 개인 전집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할 권리를 얻었다. 군인으로서 업적은 더 화려하다. 23전 23승 불패의 명장이자 명실상부 임진왜란의 화마에서 조선을 구한 인물이다. 이순신 동상은 서울 광화문광장의 주인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은 충무공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28일부터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를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개최된 이순신 관련 전시로는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난중일기·임진장초·장검 등 이순신 종가의 보관품과 함께 국내 박물관 소장품, 일본 등 해외에서 가져온 유물까지 총 258건(369점)이 모였다. 이 가운데 난중일기·임진장초·서간첩·장검·징비록·조선방역지도 등 국보가 6건(15점), 보물이 39건(43점)에 달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열린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내외 45개 기관 등의 이순신 관련 유물을 모두 모았다”며 “드라마, 영화, 소설 속에서 봤던 것에서 더 나가 직접 유물을 통해 총체적으로 이해하며 이순신의 정신을 기리고 기억할 수 있도록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보급 유물을 어렵게 내놓은 이종학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 회장은 “장군의 후손으로서 감회와 함께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위인전 만의 인물이 아닌 우리가 이어가야 할 공동의 유산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기 어려웠던 국보들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이번 전시의 최대 장점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이순신이 전황과 전술 등에 대해 친필로 쓴 난중일기 7권과 친척 등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서간첩 등이 소개됐다. 임진장초는 임금에게 올린 장계 61편을 후대에 옮겨 적어 엮은 것이다.
이순신의 장검은 2023년 국보 지정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로 전해지는 ‘삼척서천 산하동색(三尺誓天 山河動色·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揮掃蕩 血梁山河·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가 칼날에 적혀 있는 그 장검이다. 칼자루에는 ‘갑오년(1594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의 침략국인 일본의 다이묘(봉건 영주) 관련 유물도 함께 선보였다. 벽제관 전투의 왜장 다치바나 무네시게 가문의 투구와 창, 나베시마 나오시게 가문의 ‘울산왜성전투도’ 병풍 등은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유럽과 동아시아에 따로 머물던 ‘정왜기공도병(征倭紀功圖屛)’ 병풍의 두 조각이 완전체로 만난 것도 인상적이다. 병풍은 임진왜란 마지막 해인 1598년의 주요 전투를 담은 그림이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소장하다가 전반부는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이, 후반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보관하고 있다.

전시는 난중일기 등 당시의 원문 기록을 통해 전쟁 영웅을 넘어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비추는 데도 집중했다. 이순신은 어머니를 말할 때는 ‘하늘과 같다’며 ‘천지(天只)’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아들 이면이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한 뒤 느낀 회한도 알 수 있다. 또 근현대에 들어와 중국과 일본, 서구에서 진행된 이순신에 대한 평가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순신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과 체험, 음향도 적극 활용했다. 조선의 무기 운영 방식과 주요 전투의 영상화, 현대 시민들의 인터뷰를 적극 담았다. 개막일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충무공 서거일인 12월 16일에도 무료로 개방해 그 뜻을 기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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